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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01. 2021

하루 10분, 문제 풀이의 힘

 “선생님 도대체 국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해요?” 

 쉬는 시간에 잠깐 학급 아이들을 살피러 교실에 갔는데 나를 본 영희가 곁으로 다가와 질문했다. 나름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아이였기에 질문의 내용이 좀 의외였다. 영희는 수학, 영어와 달리 도대체 국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성적을 높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데?”


 국어 공부법을 가르쳐주기 앞서서 현재 영희의 국어 공부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물었다. 


 “글쎄요…. 저는 그냥 수업 때 필기하고, 시험 때 국어책 읽어보는데요. 뭐. 별다른 건 없어요.”

 평균 점수가 80~90점 정도 되는 상위권 학생조차 내신 성적을 대비하는 국어 공부법이 국어책을 읽어보는 수준이라는 것이 꽤 충격적이었다. 혹시 대다수의 아이들이 국어 자습서랑 평가문제집도 없는 게 아닐까?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놀랍게도 국어 자습서와 평가문제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한 반에 5명이 채 안 되었다. 물론 우리 학교가 교육열이 높은 강남 지역의 중학교가 아니라, 평범한 수도권 학교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그 비율이 너무 적었다. 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비율도 이와 유사하였다. 그렇다면 ⅔ 정도는 국어 문제 풀이 없이 단순히 교과서를 읽는 것만으로 시험을 대비하고 있었다. 수학 문제집을 안 가지고 있는 학생의 수와 국어 문제집과 자습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의 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현실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면 이와는 좀 다르다. 중학교 때 국어 자습서와 평가문제집조차 사본 적이 없었던 녀석들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다양한 국어 문제집을 구매한다. 대표적으로 EBS를 비롯해 내신용 자습서, 평가문제집, 그리고 여러 형태의 수능 및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들을 분별없이 많이 구매하고 결국 풀지 못한다. 초중학교 시절 국어 문제 풀이를 통해 국어의 힘을 길러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문제집 과식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예전보다 입시에서 국어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은 모국어라는 이유만으로 국어를 홀대하고, 노력하지 않고도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무임승차 과목으로 착각한다. 수능 영어가 절대 평가되고, 수학 성적은 최상위권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10% 정도의 학생들에게나 의미 있는 교과목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교육열은 영수를 중심으로 형성된다.영어와 수학은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강화하면서 문제 풀이 중심의 교육을 시행한다. 그러나 국어는 다르다. 국어는 무조건 읽기를 계속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사로잡혀 문제 풀이를 간과한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국어 성적 향상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국어 공부에서도 문제 풀이는 매우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특히 이과 쪽 교과목들을 좋아하는 학생 중 일부는 국어 교과를 매우 싫어한다. 왜냐하면, 국어 과목이 가지고 있는 모호성이 문제 풀이를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던 남길이도 그러했다. 남길이는 내가 국어교사가 되기 전에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 나에게 개인 과외를 받던 학생이었다. 그 친구는 책을 많이 읽거나 책을 좋아하던 학생은 아니었다. 수학을 꽤 잘하던 이과생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국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국어 공부를 막 시작한 아이였다. 나름 똑똑했던 녀석이어서 도대체 왜 국어는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느냐고 나에게 자주 반문하였다. 수학을 풀 때의 쾌감을 국어 문제를 풀면서는 절대 느낄 수가 없다며 국어 성적을 떠나서 자신은 국어 문제를 푸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였다. 그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국어는 ‘가장’이라는 말이 없어도 ‘가장’이라는 것을 가정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해. 실제로 문제가 묻는 것은 ‘적절한 것’이지만 네가 생각했을 때 적절한 것을 고르면 오답이 될 가능성이 커. 이 중에서 문제의 의도와 가장 먼 오답을 차례로 지우고 남은 ‘가장’ 가까운 것을 골라내야 문제가 원하는 정답에 도달할 수 있어.”

 실제로 그러했다. 남길이가 정답을 찾으면서 문제를 풀었을 때 정답률은 낮았고, 실수도 잦았다. 하지만 국어 교과가 지닌 본래 특성을 알려주면서 정답을 고르는 훈련이 아니라, 오답을 지워가는 훈련을 병행하자 국어 성적은 점점 향상되기 시작했다. 내신에서도, 모의고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년 정도 훈련을 거듭하자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국어 실력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력’이 아니라 ‘출력’이다. 다른 말로는 ‘인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감각기억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단기기억 혹은 작동기억에서 처리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한다. 우리가 시험을 보면서는 장기기억에 저장한 정보를 꺼내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시험장에서 그 인출이 쉽게 되지 않는다. 밤을 새우면서 벼락치기를 했는데 다음날 시험을 볼 때는 백지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 바로 그 경우다. 이럴 때는 정말 머리를 책상에 꽝꽝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것이 바로 인출을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시험과 같이 긴장되고 경직된 상황 속에서 내가 공부한 것을 즉시 인출하려면 평소에 학습했던 정보를 자주 꺼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꺼내면서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점검해서 반복해서 저장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즉 시험과 유사한 문제 풀이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정교화하고 문제해결력을 높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요즘 강조하고 있는 메타인지 학습법이다. 메타인지 학습이 특별한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점검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문제를 풀면서 우리는 진정한 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문제를 풀기 전에는 마치 내가 다 알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문제를 풀면서 내가 놓쳤던 부분이나 영역을 파악할 수 있고, 본인이 잘못 알고 있던 오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문제를 통해 출제자의 눈을 가질 수 있다. 공부할 때는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했지만, 문제화된 것을 보고 ‘아 이 부분이 중요한 부분이구나’ 자각하고 깨달을 수 있다. 이처럼 문제 풀이는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자, 학습의 결과를 낳는 중요한 과정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평소에 국어 문제를 푸는 시간은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 국어가 3~4일 정도 들었지만, 진도를 많이 나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하루 10분만 투자해도 오늘 배운 내용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영어나 수학에 비해서 많은 시간을 빼앗지 않으니 얼마나 효율적인 교과목인가. 만약 매일 10분의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2번 30분의 시간을 내서 문제 풀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수, 토 혹은 수, 일과 같이 3~4일 간격으로 2번만 해도 충분하다. 

 내신 국어 시험에 대한 대비는 최소 2주 전부터 진행하되, 단원별 총정리 문제와 본인 학교의 기출문제, 그리고 그 지역의 다른 학교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학교 국어 수업을 기본적으로 잘 듣고, 국어 문제 풀이를 병행했을 때 학교 내신 국어 성적이 90점이 안 되는 중고생을 본 적이 없다. 옆에서 다 알려줄 좋은 과외 선생님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공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집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기에 국어 문제집 뒤편 답안지를 잘 활용하라는 꿀팁도 덧붙이고 싶다. 홈스쿨링 등을 할때 아이가 답을 베낄까 봐 답지를 빼앗고 직접 채점까지 해주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는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답지를 가지고 직접 채점하고, 답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문제나 답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 살펴보게 하는 것이 좋다. 


 국어는 수학과 다르다. 수학 선생님들은 절대 답지를 보면 안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답지를 보는 순간 답지의 풀이 과정을 의도적으로 따라가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학 실력이 절대 향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어는 다르다. 국어는 답지 설명이 타당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때론 출판사들도 잘못된 표기를 할 때가 있고, 문제의 오류로 두 개의 정답이 인정되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것들을 직접 학습자들이 답지를 보면서 논리적으로 따져나가야 한다. 


 ‘내용 학습- 문제 풀이- 오답 풀이- 답지나 교과서 확인- 기출 및 변형문제 풀기’ 이 사이클이 몸에 배면 국어 성적은 날로 쑥쑥 향상될 것이다. 책꽂이에 국어 자습서와 평가문제집이 없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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