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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Nov 17. 2019

제 일과 저는 다르니까요

-미혼의 사춘기 전문가로 사는 법 

'사춘기 부모 수업'의 저자로 전국의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세 가지 때문에 놀라곤 한다. 


첫째는 사진과 실물이 달라서 놀라고

둘째는 생각보다 젊어서 놀라고

셋째는 미혼이라서 놀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보통 자녀교육 강의를 하는 강사는 아들 셋을 S대에 보낸 대단한 교육자 엄마이거나 혹은 전교 1등의 자녀들을 자퇴하게 만든 악덕 엄마에서 좋은 엄마가 된 분들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자녀도 한번 안 키워 본 미혼의 사춘기 전문가가 하는 강연에 대해 호기심과 의심의 눈빛을 동시에 보낸다.


암을 고치는 모든 의사가 암에 걸려야 하는 것이 아니듯 사춘기 전문가라고 해서 내 아이의 사춘기를 오롯이 겪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러한 경험이 전문가로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 어디까지나 교육 전문가지 양육 전문가는 아니다. 아이들을 생물학적으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양육이라면, 정신적 성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단계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들이라면 교육적인 관점에서 지도할 수 있으니 교육자로서의 내 경험과 노하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지 반년도 안되었다. 책은 나왔지만 강연을 갔을 때는 내심 긴장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다. 어쩔 때는 미혼이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고 강의를 하다가 질문을 받고는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내가 이렇게 자신감을 갖게 된 것에는 계기가 있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강남의 한 도서관에서 자녀교육 강연을 했다.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있는 날이 강연 날이 된 까닭에 미리 신청했던 인원들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소수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기며 늘 내가 하는 콘텐츠로 신나게 강연을 달렸다. 강의가 끝나고 가장 열심히 듣던 분께서 손을 들고 말씀해주셨다.


"제가 사실 정말 많은 부모교육 강연을 들었어요.  지자체에서도 너무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비슷한 사람들의 강의만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의 강의 너무 신선했습니다.
특히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자해와 같은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오늘 선생님께서 말해주셨던 그 모든 사례에 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분은 무려 6남매를 둔 어머니였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셨던 경험이 있는 베테랑 교육자임에도 6개의 제각각 사춘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분은 교직생활로 바쁘고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라고 무한 응원을 해주셨다. 그 후 나는 강연 시작 전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미혼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결혼했냐는 질문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신경 쓰지 않았고 나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어 편했다. 그러고 나서야 미혼이라는 것에 마음 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은 나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닌척하면서 사람들이 미혼으로 사춘기 강연을 하는 것을 어떻게 볼까에 대해서 항상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 나의 한계를 인정해버리자, 그 한계는 더 이상 내 발목을 잡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와 내 일을 구분해주지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일과 나를 구분하는 것. 그것이 웅크린 나 자신을 일으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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