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학원 2학기가 끝났다.
역시나 걱정하던 대로 그 깐깐하고 철저한 교수님의 교과목, 행동수정에서 b가 나왔다.
"행동 수정이 잘 안 되는 사람이었군."
냉정한 남사친의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로서 대학원 입학 1년간 원대하게 품었던 꿈은 훨훨 날아갔다.
조기 졸업권을 유지하는 동기와 토닥거리며, 친구들에게 위안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욕심을 내서 퇴고를 하다가 사이버 과제 제출함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혹독한 대가였다.
1년간 목표로 했던 조기졸업을 날리고 나니 그동안 내가 퍼부은 열정이 한순간에 거품처럼 느껴졌다.
원망의 마음을 누르고 자책의 마음도 가라앉히고 다시 일상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조그마한 거리만 있어도 우울해지려고 하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나를 토닥여 보았다.
아마도 성적 스트레스이겠지.
모두가 한 마음을 돌아오길 기도하던 실종된 고3 수험생이 야산에서 발견되었고 타살 혐의가 없다는 그의 죽음에 경기도 교육감은 애도의 말을 남겼다.
"고인이 겪어온 삶의 무게가 너무 힘들었는지는 모르나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고인이 아픔과 경쟁 없는 나라에서 평안을 얻기를 기원한다”
형식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불혹 가까이에도 성적 스트레스로 여전히 고통받는 나에게도
나름 위안이 되었다.
"괜찮아, 인생이 그렇지 뭐."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면서도 열심히 아파하는 나에게 친구는 엘리트코스를 밟아가던 사제가 결국에는 그 길을 떠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제 서품을 받고 그 길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를 알 기 때문에 그의 선택이 대단하게도, 안타깝게도 느껴졌다.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위안 삼는 것은 저질스러운 자위 방법이지만 오늘만큼은 그렇게 위로해보기로 했다. 다가오는 2학기는 조기졸업에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에 집중하며, 며칠간 또 아픈 속을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