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2025년 봄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인공지능의 경이로운 차력쇼에 매일같이 놀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자라나는 불안을 덮어두고 있다. 솔직해지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놀라운 기술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기술이 갖는 의미를 잘 몰라서 그렇다. 그 몸집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인공지능 이론을 공부하거나, 컴퓨터 또는 반도체를 공부하거나, 하다못해 프롬프팅부터 공부하고 보려 드는 사람들에게 진정하고 더 큰 그림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텍쥐페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하고 싶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쓴 프랑스 문학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대담한 파일럿이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비행기와 함께였다. 당시 '비행기'라는 미숙했던 기술을 조련하며, 인간에게 기술이 갖는 의미를 고민했던 흔적이 묻어나는 그의 저서 <인간의 대지>에는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계는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기능이 전면에 나서고 기계 자체는 모습을 감춘다네.
... (중략)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함에 이르는 것 같아. 기계가 더는 발전할 수 없을 때까지 발전하면 제 모습을 완전히 숨길 거야.
이렇듯 발명의 완벽함은 발명의 부재와 맞닿아 있어. 마찬가지로 모든 외적인 기계장치는 서서히 제 모습을 지우고, 바다에서 씻긴 반들반들한 조약돌 같은 자연스러운 사물로 우리에게 전달되네. 기계를 사용하는 우리가 점점 그 사실을 잊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
그 시절 파일럿들은 두꺼운 구름과 폭풍우를 온몸으로 맞서야 했다. 맨눈에 의존해서 산봉우리를 피하고 착륙할 곳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그 어떤 승객도 여행하려고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지는 않는다. 즉 발명이 부재한 상태, 매끈한 상태로 우리 일상에 와닿아 있는 것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라는 기술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 그 기술의 '부재'가 실현되는 여정의 마지막 부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원기둥과 유선형, 비행기 동체의 곡선이 가슴이나 어깨의 곡선처럼 기본적 순수성을 획득하기까지는 수많은 세대의 경험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네.
엔지니어와 설계가, 측량가의 노동은 비행기 동체에 날개의 접합 부위가 보이지 않고 불순물이 전부 추출되어 일종의 자발적이고 신비한 구조로 연결된 완벽히 아름다운 형태, 시의 형식과 맞먹을 만큼 아름다운 형태에 이를 때까지 광을 내고, 지우고, 접합 부위를 가볍게 하고, 비행기 날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실리콘 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그려 넣고, CPU와 GPU가 발전하고, OS가 생겨나고, PC와 스마트폰이 발명되고, 과거의 퍼셉트론 개념이 부활하고, 딥러닝을 거쳐 현대의 인공지능 모델이 고안된 것 모두 완벽한 기술 - 즉 사람다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마치 그 기술이 부재한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 - 을 위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마지막 단계로 컴퓨터라는 기술이 완벽해지는 시점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거에 우리는 복잡한 공장과 연결되어 일했어. 오늘날은 엔진이 돌아간다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지. 결국 엔진은 돌아간다는 기능에 걸맞게 계속 일을 하네. 심장이 뛰듯이 말이지. 우리는 평소 심장이 뛰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듯 엔진의 가동도 알아차리지 못하네.
도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진 거지. 도구 저편에서 도구를 통해 우리는 정원사의 자연, 탐험가의 자연, 시인의 자연을 발견하듯 오랜 자연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나는 '도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여태까지는 코딩을 할 줄 모르면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도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은,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얼마든지 내 머릿속 아이디어를 컴퓨터에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AI는 그 마지막 관문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 같다.
따라서 도구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내가 그 도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됐을 때 뭘 할 건지 생각해 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 어떻게 하면 사고 없이 착륙할 수 있을까 비행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로 날아가서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행 계획을 짤 때 비행기를 안전하게 조종할 방법을 따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것 없다. 그러니 트렌드에 떠밀려 급부상하는 기술을 밑바닥부터 공부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