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 돈이 되나요?"
책 팔아서 돈 벌 겁니다만...
책방 자리를 정하고 보증금을 내고, 운이 좋게도 두 달에서 조금 모자라는 렌트프리 기간을 약속 받았다. 이제 인테리어 시작이다!
내가 꿈꾸는 책방의 모습은, 미국 콩코드 월든호수를 찾아갔다가 들렀던 동네 도서관이었다. 우드톤의 인테리어에 초록색 전등갓을 쓴 따뜻한 조명, 그 지역 작가들의 흉상이 놓여져 있고 메인홀을 주변으로 2층 서가가 빙 둘러싸고 있는 곳. 사서분들은 폐관 시간이 임박해서야 온 이방인에게 더할 수 없이 친절했고 뭐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퇴근시간도 미루셨다. 그곳은 따뜻함과 여유로움과 인정이 넘쳐나는, 책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장소! 내가 언젠가 책방을 연다면 그런 모습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미 공개한 바 있지만, 나의 예산은 3천만 원. 그 중에 이미 1천 만원은 상가 임대보증금으로, 그리고 약 100만 원은 중개수수료와 세금 등,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남은 1900만 원 중 적어도 1천만 원은 책을 사야 할 테니까 인테리어비용으로는 딱 900만 원만 써야 하는 상황.
기존의 형광등을 노란 간접조명으로 바꾸고 해외직구로 산 실링팬을 달고 이케아에서 싱크대를 사와 직접 조립...하다가 안돼서 업자를 불렀다...가 그것도 안돼서 서울 목공소 가서 잘라오고... 매일매일 인건비에 수십 만원씩 갖다바친 후에는 남은 돈으로 책방에 넣을 각종 가구와 집기들을 사야 했다.
만들고 싶은 공간은 미국 도서관인데 갖고 있는 돈은 새모이만큼이라 자꾸만 금액대를 낮추었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게도 한 가구회사의 협찬을 받아 가구를 파격할인가에 살 수 있었고,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육아 후 재취업을 위해 자기 포트폴리오에 넣고 싶다며 인테리어 관리감독을 자처해주었다. 여러 행운이 굴러들어오며 그나마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상가에 하나둘 가구가 들어오고, 엄마가 책방 연다며 어린이가 신나게 뛰어다니고, 괜히 왔다갔다 하며 빗자루질이라도 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여기 뭐 생기는 거예요?"
"책방이에요!"
"아~ 나중에 애 문제집 사러 여기로 오면 되겠네."
"아... 문제집은 안 팔고 일반책을 팔거예요."
"그게 돈이 돼요?"
혹은,
"여기 뭐 생겨요?"
"책방이에요!"
"아~ 아이들 전집 파는 데구나?"
"아... 아니요. 아이들 책도 팔지만 단행본만 팔아요."
"그게 돈이 돼요?"
또는,
"여기 뭐가 들어와요?"
"책방이에요!"
"북카페 같은 거예요?"
"아니요. 커피는 안 팔고 책만 팔아요."
"그게 돈이 돼요?"
아! 벌써부터 나의 밥벌이를 걱정해주시다니.
보란 듯이 책 팔아서 부자가 되어야겠다.
하지만 아뿔싸.
그것도 인테리어라고 야금야금 쓰다보니 정작 책 살 돈은 쥐꼬리만큼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이렇게 적당히 책방 문을 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