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너 자체로도 충분히 빛난단다.
진짜 춥구나. 엄마는 추위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추우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고, 엄마의 에너지는 몸을 보호하느라 다 써버리는 듯해. 정말 따뜻한 나라에 사는 것을 고민해 보고 싶다.
엄마가 일년살기 모임에서 힘들다고 앙탈을 부렸나 봐. 주변에서 ‘좀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말도 해 주시고, 영화표도 보내주시면서 너와 좋은 시간을 가져보라고 선물로 주시더라. 와~ 얼마 만에 가는 영화관인지... 코로나 발생하고 처음인 것 같다. 그럼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2년이 넘어가네.
코로나 상황이라 그런지 영화관에 너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정말 하나씩 밖에 하지 않는구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우리는 <엔칸토 : 마법의 세계>라는 영화를 봤다.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 때문에 너랑 사촌인 예인이랑 둘이서 보고 엄마 혼자서 떨어져 봤더랬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떨어져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린이 만화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나도 몰랐어. 내가 이럴 줄은... 울컥하는 마음을 다독이며 ‘아.. 내가 진짜 많이 힘들었나?’ 했었다.
엔칸토의 내용은 이런 거였어. 가족 모두가 스페셜 한 마법의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중 주인공만 그런 능력이 없었던 것이지. 그녀는 스스로 괜찮다며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냈고, 가족들을 자랑스러워했단다. 그랬던 그녀도 자신의 친척 동생이 특별한 능력을 받아 마을 전체가 축제의 날이 되었을 때는 혼자서 ‘왜 나만 이런 능력을 받지 못한 것일까?’하는 생각에 잠겨 우울해했었단다.
여기서 첫 번째 울컥했던 장면이었단다. 그 주인공의 모습에 엄마의 모습이 대립되었거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능력도 상황도 좋은 것도 없는 내 모습. 그렇다고 주인공처럼 밝은 모습으로 사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 앞에 서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 내 모습이었던 거야. 물론 만화이긴 하지만 웃고 있는 저 소녀의 웃음 뒤에 있을 씁쓸함에 나 혼자 울컥하게 된 거지.
그 주인공의 언니는 능력자였단다. 스페셜 한 사람이었지. 힘이 어마어마하게 세서, 강줄기를 옮기고, 길을 내고, 마을의 어려운 일들을 척척 맡아서 하는 사람이었어. 그런 그녀에게도 걱정이 있었더라. 마법이 사라지는 것 같은 두려움이 그녀의 내심이 있었던 거지. 완벽했던 자신의 모습을 잃어 갈까 봐 두려웠던 거야. 능력자들에게는 저런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일주일 전 일년살기 12월 정기모임이 있었단다. 벌써 이 모임이 운영된 지 5년 차가 되었더구나. 3년까지는 정말 최고의 성과를 보였던 해였단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2020년에는 처음 겪는 일이라 얼떨결에 보낸 것 같고, 2021년에는 곧 있으면 끝나겠지 하는 희망으로 보냈었단다. 그런데 2022년에는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 줌으로 모임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프 모임과 달리 끈끈함을 느낄 수가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계속되는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 힘들어서 그런지 탄탄하게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거야.
사람들이 좋다 보니까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은 내 욕심이고, 모임 전체를 생각하면 역시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나에게 좀 더 멋진 리더십이 있었더라면... 내가 뭔가 좀 성공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내가 뭔가 좀 됐더라면....라며 자꾸 능력 없는 나 자신을 탓하는 엄마를 보게 되더라. 그러면서 엄마도 속상했지. 왜 나는 자꾸 안 되는 걸까? 뭔가 꾸준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남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한 적도 많았단다.
왜 하나님은 엄마를 리더로 세워주셨으면서 그런 능력은 주시지 않으신 것일까? 사명을 주셨으면 그에 맞는 능력도 주신다고 하셨는데... 왜 나한테는 그런 능력을 주시지 않는 것인지... 그냥 나 자신이 참 초라해 보이더라고.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어. 영화를 보다 보니 나의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 같더라.
사람들은 영화 주인공처럼 특별해 지길 원해.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살기도 하지. 특별한 능력으로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 수 있고,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삶을 살 거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야.
그런데 또 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중압감과 자신의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이겨내는 것은 더 큰 마법과 같은 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거야.
주인공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말이 있었어. “너의 능력이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아도 괜찮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이미 빛나는 사람이니까. .
다 아는 말인데 그날은 왜 이 말에 울컥했는지...
한동안 내가 나를 너무 심하게 구박했나 보다. 능력 없음을 탓하는 내 모습에 영화가 위로해 주더라. 내가 부족한 이유가 있겠지...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는데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만드셨대.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부족한 사람이라도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지.
엄마는 완벽한 사람은 아냐. 능력이 특출하거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도 아니지. 뭔가 빨리 배우거나 익히는 사람도 아니고, 아름답거나 마음이 순수한 사람도 아니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빨리 읽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아니고, 영적으로도 둔해서 대놓고, 아니면 직접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야. 그래서 뭐든 많이 느려. 느린 나를 스스로 답답해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는 그런 아주 평범한 사람이야.
하지만 엄마가 요즘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나와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는 거야. 성경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완벽한 사람보다는 부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 그런데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사람들을 보니 완벽한 사람보다는 부족한 사람들을 사용하시더라.
일본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하늘이 주신 세 가지 은혜라고 해서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이라 하지 않았겠니. 가난했기 때문에 성실함의 중요성을 알았고, 허약하게 태어나서 건강의 소중함도 알았고, 배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항상 배움에 목말라했다는 그분의 말에 희망이 생기더라고.
엄마도 그래. 뭔가 한 번에 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하는 것이고, 영적으로도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성경공부도 하고 말씀에 의지하려고 해. 자꾸만 도전해서 실패하니까 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도 생기더라. 물론 속상해. 속상한 마음도 크지. 하지만 정말 다행인 건 울다가 웃을 수도 있다는 거야. 계속 우는 일만은 생기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엄마가 네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네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어느 날 너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네 능력이 없어서 속상하더라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라는 말을 해 주고 싶구나. 세상은 완벽한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도 그 나름대로 필요해.
시계에서 작은 부품이 하나 없어봐. 그 시계가 돌아간다 하더라도 잘 맞지 않을 거야. 하나님이 엄마에게는 작은 부품으로서의 역할을 주셨지만, 그 역할도 시간을 맞추는 데는 꼭 필요한 것이란다.
엄마는 엄마의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정말로 편해지더라. “그래... 나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어쩌라고!!!" 혼자서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쳐봐. 울다가도 웃음이 나올게다..
엄마가 너에게 자주 해 주는 말 있지?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너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야. 너는 있는 그대로도 정말 멋져.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다.” 이 말... 실은 엄마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말하면서 가장 먼저 듣게 되잖아. 아침마다 마법의 주문처럼 네게 해주면서 스스로에게도 듣게 한단다.
엄마도 너도. 우리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란다. 알지?
그만큼 너도 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너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가
PS. 너의 어떤 모습도 엄마는 진심으로 사랑해. 지금까지의 글만 봐도 알겠지? ^^
오늘은 여기까지!! 잔소리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