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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Feb 01. 2022

뭐든지 늦어져서 조바심이 날 때 읽어보렴.

분명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결실을 보게 될 거다.

안녕! 딸!!     

벌써 너에게 쓰는 편지 2번째 시리즈로 해서도 23번째 편지를 쓰고 있구나.     

엄마가 이렇게 잔소리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면서 계속 네게 하고픈 말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너를 볼 때마다 엄마는 깜짝 놀랄 때가 많단다. ‘어쩜 저런 면까지 나를 닮았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었지.          



며칠 전 네가 옆에 타고 운전하는데, 엄마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라고 하면서 들려줬던 노래들을 듣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한 번도 엄마의 노래 취향에 대해서,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는데, 예전에 엄마가 좋아했던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면서 “엄마! 이 노래 좋지 않아?” 하는데 깜짝 놀랐단다.          



그래서 그런가 봐. 나와 너무 비슷한 성향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네가 혹시 나와 같은 실패나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할 말이 많은가 보다. 분명 너는 나와 다르고 우리는 상황이나 처한 환경도 다 다른데 말이야. 

그냥 노파심에 하는 엄마의 잔소리라 생각해 줘. 이걸 말로 다 하면 정말 너랑 나랑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으니 글로 남기는 거라고... 나중에... 정말 나중에 필요할 때마다 다 읽을 필요도 없고 필요한 부분만 꺼내서 읽어보라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늘 하고픈 말은 네가 하는 일에 늦어서 조바심이 날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너도 살면서 이런 때가 있을 거야. 네가 하는 일들이 네가 원하는 때에 다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단다. 네가 원하는 때가 가장 좋은 때가 아닐 수도 있고, 또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 그래서 신이 너의 길을 막을 때도 분명 있을 거란다.        



  

엄마도 그랬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들은 다 늦었더랬지. 그때는 그래서 정말 속상했고 초조했단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다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는 남들과 같은 때에 공부하지 않았어. 철이 늦게 든 이유도 있었고, 공부에 대한 중요성보다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단다. 금전적인 이유가 엄마의 꿈을 막았거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가로막은 것은 부모의 허락보다도 돈이 없다는 그 이유였단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싶었고, 20살이 되면서 계속 아르바이트했었어. 그때는 좋고 나쁘고를 생각할 것도 없었고, 내가 살기 위해 돈은 필요한 것이니까 그냥 해야만 했었거든.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일본 유학을 갔고, 일본에서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일하면서 공부했단다. 그래서 더 빨리 일본어를 배웠는지도 몰라. 호주에서도 계속 일하지 않으면 안 됐기에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자존심 상하는 일들도 많았지만, 돈이 없었기에 해야 하는 상황이 자존심을 누르며 끝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목이 메도록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내가 버텨야 하는 이유가 되었단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삼켰던 것들이 지금 보니까 꼭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지. 그때 엄마가 울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었거든. ‘다시는 이런 일들로 우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나를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되려면 내 실력을 키워야겠구나.’         


 

그래서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원에 갔지만, 그때는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단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서 2년 동안은 실컷 공부하고 싶었어. 대한민국에서는 공부하면 뭐든 용서되잖아.          



결혼 대신 선택한 대학원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 인생에서 마지막 학창 시절이라는 생각에 그때를 제대로 즐긴 것 같다. 늦게 들어갔기에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친구들이 엄마 대학원 동기였지. 그런데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동생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언니의 마인드로 공부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대학원 졸업할 때는 동기 중에서 나밖에 없었거든.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욕심내서 공부한 덕분이지. 만약 엄마가 남들과 비슷하게 대학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들어갔다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가장 좋은 때에 대학원에 간 것 같구나.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결혼이 늦어졌으니 아이도 늦었지. 38살에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그때는 처음이라 모든 게 힘들었지. 친구들은 이미 학부모가 되었는데 나는 이제 갓난아이 육아를 하고 있으니... 많이 늦었지. 하지만 엄마가 생각해 보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되었다면 지금처럼 엄마 노릇은 못 했을 것 같다. 그때는 엄마도 철이 없는 나이였거든. 자신의 성장에 더 욕심이 많은 나이였고, 어쩌면 아이 없는 딩크족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였지만 엄마에게는 딱 맞는 나이였던 거지. 정말 가장 좋은 때에 엄마가 된 것 같아서 엄마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지금까지는 좋은 예였다면 이제는 반대의 이야기도 해볼게. 엄마는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쓰고 1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단다. 그중 6권은 출판이 되었지만, 1권은 코로나 상황과 맞지 않는 콘텐츠가 되어 계약이 취소되었고, 또 한 권은 다른 이유로 취소되었단다. 지금 2권을 쓰고 있지만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글 쓰는 게 좋아서 계속 쓰고는 있지만, 글이 나를 밥 먹여 주지는 못하고 있구나. 좋아하는 일이 내 생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얼마나 속상한지 너도 잘 알지? 내가 계속해야 하느냐는 의문점도 들 것이고, 나를 선택해 준 출판사 사장님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고, 내 글을 시간 내서 읽어주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이 든단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해도 얼마나 조바심이 나는지... 글을 이제는 그만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해보고, 베스트셀러 책을 읽으면서 왜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하냐며 스스로를 한탄한 적도 많았단다. 어쩌면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더 버텨 보려고 해. 물론 조바심에 가끔 좋지 않은 생각들이 엄마를 힘들게 할 때도 많아. 지금껏 삶을 보면 내가 원했던 때에 됐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가장 좋을 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일이 성사됐잖아. 그 믿음으로 아직은 나의 때가 아니구나... 하며 인내심을 발휘해 본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야.          



계속 시도할 것이고, 언젠가는 될 수 있도록 글을 계속 쓰는 노력을 할 것이란다. 이번에도 공모전에 도전해 볼 건데 떨어질 확률이 더 높을지 몰라. 아니 그럴 확률이 더 높지. 하지만, 계속 나의 확률을 높여 보고 싶다. 이미 여러 번 떨어져 봤기 때문에 한 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지금까지 삶이 나는 뭔가 빨리 성취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될 때까지 해보고 싶다. 그러고 난 다음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그만둬 보려고.      


    





타인의 선택으로 그만둔다면 자존심 상하잖아. 내가 몇 번 해봤는데 아닌 것 같아하는 거랑 어느 정도 성공이라는 위치까지 가 본 다음에 ‘이게 아닌가 봐’ 하며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은 분명 다를 것 같아. 엄마는 너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구나.     


     

네가 생각한 그때 뭔가가 되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지 말아라. 지금은 너의 때가 아닐 뿐이야. 조금만 더 인내해 보렴. 분명 가장 좋을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결실을 볼 거란다. 엄마는 그 믿음으로 살 거야. 너는 엄마의 믿음을 바로 옆에서 보고 네가 평가해 보렴. 아니라고 생각되면 너의 방법대로 해. 하지만 엄마의 믿음이 맞았다면 엄마의 방법을 따라주겠니?          



네 덕분에 엄마는 오늘도 글을 쓰는구나. 우리 삶을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게 살자!! 

(쪽팔리다는 말이 좀 그렇다만 이만큼 강력한 메시지 표현을 잘 모르겠구나)               





오늘도 쪽팔리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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