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는 하루에 네 번 산책을 나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 요가 다녀와서 11시쯤 한 번, 일을 마치고 다섯시 반쯤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전. 어떤 강아지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나간다고도 하던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강아지는 세상 복 받은 강아지다. 그런데 사실 강아지 산책은 우리 두 사람에게 더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강아지가 귀를 뒤로 눕히고 웃으며 앞으로 총알처럼 달려나가는 것을 보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니까.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면서도 모든 풀잎 하나 하나를 처음 보는 무엇처럼 바라보고 냄새맡는 강아지를 보면 우리도 그 풀이, 꽃이, 다른 강아지의 똥이 신기하고 새롭다. 남편과 강아지와 나는 밖을 뛰어다닌다. 열 중 아홉 번은 길에서 말보다 사람을 더 많이 보는 까닭에 (아랫 마을 아저씨네 말 '브로콜리'는 언제나 한 번 보고 사람은 0명 만난다) 가끔 우리는 강아지 목줄을 슬그머니 놓고 뒤돌아 막 뛰어간다. 그러면 강아지는 쏜살같이 튀어와 우리를 짜부하고 (잡는다는 뜻이다) 옆에 반듯하게 앉는다. 그럼 작은 저키 간식 하나를 준다. 그럼 마치 그것이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에서 만든 수제 간식인 것처럼 맛있게 먹는다. 오늘은 강아지가 응가를 하려고 빙글빙글 돌다가 방귀를 뽕 뀌었는데 제 소리에 제가 놀라 총알같이 도망을 갔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밤 산책 때까지 하면서 웃어댔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인생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준다. 강아지들은 맨날 같은 밥을 먹고 비슷비슷한 간식을 먹고 같은 길을 산책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너무도 쉽게 찾아낸다. 때때로 이들은 자기의 응가마저도 경이롭다는 듯이 냄새를 맡고, 또 어느 날은 고양이를 미친듯이 쫓는 한편 새끼 고양이는 몇 초간 쳐다보다가 의연히 지나치는 멋진 보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강아지와 같지 않아서 밖에 나가서 쉬를 하고 풀벌레를 쫓아다니며 "바로 이거야!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고 하지 않는다. 인생은 복잡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래서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단순한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강아지의 세상만큼 간단해질 수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치킨을 금요일에 시켜먹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과 케일 쥬스를 만들어 그자리에서 믹서기째 꼴깍꼴깍 마시는 것, 우리 셋이 함께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는 것. 함께 나선 산책길의 어제와 다른 바람 소리. 별 생각 없이 간장을 넣고 만들었을 뿐인데 유독 맛있게 된 볶음밥. 간단하고 명료한 행복은 찾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