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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제이 Dec 27. 2021

제가 요가원을 차렸습니다




별 생각없이 제주 부동산 홈페이지를 보다가 획기적으로 좋은 장소를 발견해서... 거의 만사천리로 하루만에 결정을 내렸어요. 계약도 금방 마쳤고요. 그리고 한 달 정도 이래저래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지난 약 일 주일동안 파바박!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닥도 설치했고 (바가지 쓴 것 같다...) 가구 (이케아 사랑합니다) 와 모로코에서 사온 푸프/러그도 놓았고요. 수련 공간은 전면이 폴딩도어 측면이 전면창이라 채광이 좋고 계절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이제 공용 매트와 요가 블록, 요가 스트랩이 들어올 것이고 화장실 공간을 조금 다듬으면 준비는 끝이 날 듯 합니다. 위치는 한경면 용수리에요. 근처에 딱히 가게도 없고 소위 힙한 곳도 아니지만 다정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동네입니다. 걸어서 편의점을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 시골 동네의 작은 요가원이자 사랑방이 되고 싶어요.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그 안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요가원 이름은 니야사 (nyasa) 입니다. 니야사는 빈야사의 어원인데요. 니야사는 무엇인가를 깨끗하게 씻고 신성하게 하여 특정한 명상적 초점에 완전한 주의를 기울인 다음 이 주의의 대상인 내용을 떠나 보낸다는 뜻을 담습니다. 제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드리시티 김경석 원장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리차드 프리먼 선생님의 책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윗 줄의 정의가 리차드 프리먼 선생님 책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대강의 준비를 마친 만큼 오늘 가서 수련을 해보았어요. 확실히 천장이 높아 개방감을 주는 한편 공기가 차갑더라고요. 늦지 않게 도착하도록 곧바로 등유 난로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오픈은 1월 3일입니다. 오픈식을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픈 클래스는 1월 3일부터 1월 7일까지입니다. 비용은 없습니다. 편하게 수업을 들어보실 수 있도록 오픈 클래스 기간을 조금 길게 잡았어요. 대단한 수익을 내려고 시작하는 공간도 아니고요. 수업은 아쉬탕가, 하타, 크리에이티브 플로우인 FIRE & ICE 사이에서 오시는 분들의 에너지와 숙련 정도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차후에 변경해서 고정형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은 주중 한 타임으로 저녁 7시, 주말에는 토요일 아침 9:30 입니다. 제가 제주 내에서 수련을 다녀보니 주말 수련 장소가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거든요. 처음 한 두 달 정도는 소프트 런 기간을 가지면서 타임 테이블을 옮기거나 추가할 예정이에요. 아, 로고도 나왔습니다. 로고는 저희 부부가 타투를 받았던 보리님이 도와주셨어요. 이제 이걸 가지고 여러가지 (예를 들어 간판) 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데이에는 Women's circle을 운영할까 생각중입니다. 공간이 생긴 만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이래저래 고민할 것도 많아졌어요. 제가 지금껏 한 고민 중 가장 즐거운 고민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걸 해도 되나, 할 수 있나, 하는 것이 맞나 등등 '하다'에 갖가지 어미를 붙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는데, 결국은 '하고 싶다'가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되네요. 티칭에 목이 말랐었는데, 제 멋대로 (?) 할 수 있다는 게 설레는 한편 책임감도 들고요. 제가 지금까지 요가를 하는 데 들였던 모든 노력과 시간을 혼자 담아두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누군가와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터닝 페이지가 될 듯 합니다. 다른 유명하고 멋지신 선생님들의 수업을 따라할까 하는 마음이 훅 들기도 했는데 결국 오리지널리티가 없으면 금방 뽀록(?) 나게 될 것 같아서 결국은 저 스스로를 드러내고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형태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용수리 근처에 사시거나 지나갈 일이 있으신 분들은 디엠 하나 던져주시고 놀러오세요. 제가 다른 드릴 것은 없어도 귤 하나는 끝내주게 많습니다. 따뜻한 차와 커피도 준비해둘게요. 아래에 요가원 인스타그램과 지도 첨부합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nyasa_yoga_sh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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