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아닌 '자소설'을 쓰자
취업은 스토리다
이번에는 자소서의 마지막 단계인 여러분의 브랜드와 포트폴리오로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다루려 한다.
더 나아가서 왜 면접관들은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를 선호할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먼저 첫째는 '자신만의 확실한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살아왔고 취업을 준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살지 못하며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 중 일부는 분명 계획한 대로 실행한 경험들이다. 계획했던 일들과 그렇지 않은 경험들을 이어 붙이고 살을 붙여 스토리로 만들면 마치 여러분이 자신만의 논리로 계획을 짰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인내를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논리와 의지력을 가진 지원자를 마다할 기업은 없기 때문에 스토리를 가진 취준생들의 합격률이 높은 것이다.
그다음 이유는 단편적인 경험의 나열보다 스토리로 엮여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험들이 훨씬 더 인상 깊고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맥락이 있고 흐름이 있는 스토리 속에 들어 있는 정보가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여러분들을 최종 평가할 면접관들은 회사에서 수도 없이 이 맥락에 따라 기억하고 이해하는 훈련을 해왔다. 우리는 스토리라인을 이용해 '직장인들의 언어'로 여러분을 소개하고 기억시킬 것이다. 이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히 주장과 스펙만 나열하는 '자소서'가 아니라 여러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인생 소설인 '자소설'을 써야 하는 것이다.
아래의 3단계에 따르면 여러분만의 '자소설'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1. 퍼스널 브랜드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관련 있는 스펙들만 모은다
2. 모은 스펙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나열한다
3. 소설처럼 흐름(Flow)을 만들어 이어 붙인다
앞서 우리는 퍼스널 브랜드, 여러분의 정체성(Identity)이자 되고 싶은 모습을 만들고 증명했다. 이것이 우리의 '가이드라인'이자 '기준'이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관통하는 문구인 것이다. 그 문구와 관련이 있는 스펙들만 추려서 엮어야 자소서나 면접 멘트가 산만해지지 않는다. 핵심이 일관되게 들어있는 짧고 굵은 담백한 글이 취업 시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이다. 짧게는 대학생활, 길게는 학창 시절 전체를 여러분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착실히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최대한 관련성 높은 스펙만 모으자.
스펙들을 스토리로 이어 붙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순서가 있어야 하는데 필자는 인과관계 순서에 따라 나열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여러분의 논리적 사고 능력과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잘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이 취준생을 평가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는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인과관계의 순서로 이야기 하면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경험을 나열할 때 먼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경험을 했고 또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하자. 그다음으로는 해당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고 그 배운 점에 따라 행동한 결과가 그다음 경험이나 스펙으로 이어지게 정리하자. 이렇게 정리하면 마치 여러분들이 자기만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왔으며 논리적이고 실행력도 강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또 자기 피드백을 통해 더욱 발전을 꾀하는 사람으로도 보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 마다 할 회사는 없기 때문에 인과관계로 여러분을 어필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인과관계에 따라 정리한 스펙들을 퍼스널 브랜드라는 '기준'에 맞춰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스펙 나열처럼 뚝뚝 끊기게 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설'처럼 물 흐르듯이 이어지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앞 사건의 내용이 뒤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연결을 신경 쓰고 각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이어 붙이면 여러분만의 스토리 라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때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는 없다. 앞선 경험과 스펙이 설령 뒤에 붙는 스펙과 크게 관련이 없더라도 그 둘이 마치 인과관계로 묶여 있듯이 글을 각색해야 한다. 설령,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했던 활동이라 할지라도 퍼스널 브랜드 기준 안에 같이 들어온다면 그 둘은 엮을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아래는 필자의 예시인데 예시를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 예시 스펙 ]
① IT 블로그 운영
② IT 서비스 기획 인턴
이 두 가지 스펙은 분야가 같을 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크게 관련이 없는 스펙이다. 같은 IT 분야라서 같은 맥락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블로그를 운영한 것과 인턴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별로 없다. 필자는 이렇게 연결고리가 약한 스펙들을 다음과 같은 스토리로 이어 붙였다.
"전 IT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수년 동안 IT 트렌드를 분석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공부해 왔고 때로는 저만의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늘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제가 실무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이론을 겉핥기식으로만 공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IT 분야의 실무를 경험하기 위해 IT 서비스 기획 직무로 인턴을 했습니다. 인턴 생활 동안 제가 그동안 공부했던 이론적인 부분들을 실험, 검증할 수 있었고 실무를 경험하면서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두 활동을 통해 전 IT 기획자가 되기 위한 이론과 트렌드, 실무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후략)"
이렇게 자소서에 쓰거나 면접 멘트를 한다면 마치 '확실한 생각과 논리'로 '착실히 준비'한 지원자처럼 보일 것이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매 순간 계획에 맞게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강조할 스펙들만 모아 인과관계로 엮고 앞뒤 맥락을 만들어 주면 마치 큰 포부와 생각을 가지고 착실히 공부해온 지원자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총 3단계를 통해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고 증명하며 스토리라인으로 만들었다. 또 그것을 뇌리에 꽂히는 자소서 프레임을 통해 작성했다. 그리고 이 스펙들을 연결해 스토리라인인 자소설을 만들었다. 스토리라인만 잘 만들고 활용할 수 있으면 하루에 수십 명 씩 취준생들을 마주해야 하는, 지루함을 느낄 면접관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토리라인의 핵심 기능인 '기억에 오래 남기기' 역시 가능해 최종 점수를 줄 때 여러분의 얼굴과 스토리가 한번 더 떠오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여러분들을 다른 지원자들과 구별시켜 주는 힘, 퍼스널 브랜딩의 힘이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당장은 자소서와 면접에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 마주할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여러분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취업 시즌 정했던 나만의 브랜드가 기준이 되어 선택을 도와주고 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 역시 취업 이후에도 퍼스널 브랜드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