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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호에 맞는 Jun 29. 2020

회사에 서식하는 해충들과 퇴치법

#2 떠넘기기충

회사에는 정말 다양한 해충들이 살고 있어요. 지난 번에는 회사에 서식하는 해충들 중 하나인 '반말충' 퇴치법을 다뤄봤는데요. 이번에는 그 다음 해충인 '떠넘기기충'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떠넘기기충에게 똥줄 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주자


난 귀찮으니 니가 해


일 떠넘기기를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 분명 본인 일인데 남에게 의도적으로 떠넘기거나 아니면 배 째고 하지 않아 결국 누군가에게 일이 떠넘겨지게 만드는 사람들. 그런 해충들이 있는데 바로 '떠넘기기충'이에요. 이들은 분명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그 일이 떠넘겨지게 만드는 습성이 있어요. 본인이 직접 일은 토스하는 경우도 있고 더 위의 상사를 활용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이 가게 만드는 경우도 있죠. 특히 대기업일수록 사람이 많기 때문에 떠넘길 사람도 많아 더 많이 출몰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얼마 전에 이 떠넘기기충에게 당해 딥빡한 적이 있었죠. 저와 1도 관련이 없는 프로젝트인데 갑자기 저보고 그 프로젝트의 서류 처리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전 너무 황당해 "제가 그걸 왜 해요?"라고 반문했죠. 그러자 "응, 상무님이 하래. 싫으면 상무님한테 따져."라고 말하고는 그 '떠넘기기충'은 가버렸죠. 상황을 파악하니 원래는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들인데 여러 이유로 그냥 스킵하고 진행했던 서류 작업들이었어요.


그러면 바쁜 일이 끝나고 난 뒤에 그쪽에서 하면 되는데 그걸 왜 제가 하냐구요? 그쪽에서 이미 '너무 바쁘다, 일손이 없다' 등 엄살을 부려 상사들로 하여금 저한테 시키도록 손을 써놨어요. 전 속절없이 당해 버렸죠. 그날은 기분이 너무 안 좋아 하루 종일 빡쳐 있었어요.


이 일 말고도 자기 일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사람들은 도처에 깔려 있어요. 자기 일이 줄면 퇴근도 일찍할 수 있고 편하니까 자기 실적과 직결된 일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떠넘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물론 이성적으로는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내 일은 내가 해야지' 하겠지만 정작 몸이 편해지기 시작하면 떠넘기기에 중독되어 버리죠. 그럼 이런 '떠넘기기충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퇴치법(1) : 누가 더 먼저 똥줄 탈까?


대부분의 경우 떠넘기기충들은 염치라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눈치를 주거나 정식으로 항의를 해도 다 무시하고 떠넘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략법이 있는데 바로 정작 그 일이 '떠넘기기충의 일'이라는 것이에요. 내가 안 하고 배째면 난 적당히 한 소리 듣고 끝나지만 그 사람은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겨 성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즉, 더 급한 사람은 그 사람이지 내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 점을 각인시켜 줘야 해요.


먼저 떠넘겨 받은 일의 우선순위를 제일 나중으로 미뤄 마감기한에 턱걸이로 처리해요. 그리고 너무 에너지를 쏟지 말고 슬렁슬렁 하는 거죠.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을 우리의 일에 더 집중하고 떠넘겨 받은 일에는 최소한만 투자하는 거예요. 그러면 떠넘기기충이 종종 찾아와 "어떻게 됐어? 잘 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물어볼 텐데 그때 감정적으로 대할 필요 없이 "내일까지죠? 그럼 내일 처리하려구요"처럼 미뤄버려요. 후속 사항이 생기면 또 미뤄버려요. 그러면 결국 그 일이 처리돼야 하는 급한 사람이 똥줄이 타서 직접 하게 되니까요.



퇴치법(2) : 나한테 맡기는 게 더 귀찮지?


또 다른 퇴치법은 계속 귀찮게 질문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 일을 시키셔서.. 이건 뭐고, 저건 뭐예요? 언제 하셨어요? 다음 회의는 있나요? 누구 주관인가요?" 등등 질문을 계속 던져 귀찮게 해야 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체적인 뉘양스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이런 걸 왜 시켰어요'라는 느낌을 풍겨야 해요. 이런 식으로 몇 번 괴롭혀 주면 '쟤 시키느니 내가 하겠다' 하고 직접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져요. 덜 귀찮으려고 욕먹어도 떠넘기는 건데 더 귀찮게 만들면 그냥 본인이 하고 말거든요.



나한테 악영향은 없을까?


때로는 누군가가 시킨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 내 평판이 깎일까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정작 평가 시즌이 되면 '나와 내가 속한 부서'의 일로 평가 받지 남에게 떠넘겨 받은 일로 평가 받지 않아요. 반대로 떠넘겨 받은 일도 성실히 잘했다고 해서 고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구요. 한 마디로 가성비 떨어지는 투자인 거죠. 그러면 당연히 최대한 빨리 이 떠넘기기충을 퇴치해야 결과적으로 내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 수는 있어도 꼭 퇴치해야 해요. 그래야 내 소중한 시간을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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