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딩 Sep 04. 2021

조금은 다른 이야기 - 느린 밤

열정의 부재

별일 없다.

없는데, 공허하고, 그 공허함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인생의 노잼 시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주 작은 번아웃이라고 해야 하나.


일 년에 한두 번, 새벽 1-3시 사이, 며칠 잠을 잘 들지 못했을 때 온다.


시기 질투는 없는데, 일이 잘 풀리는 누군가를 매우 부러워하기도 하며, 나는 왜 그렇게 풀리지 않는가 다시 되짚어본다.


답이 나오면 나온 대로, 나오지 않으면 나오지 않은 대로 이 시기를 흘려보내다가, 취해야 할 행동과 함께 빠져나온다.


짧으면 3, 길면 1주일 정도, 길지는 않은 기간이지만 그 시간은 아주 무겁고 천천히 힘겹게 흘러간다.


  시기를 ‘느린 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게 하필이면 지금이다.


매번 결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해결책과 행동을 취하며 빠져나왔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생각에 푹 빠져서 결과를 내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원하는 게 특별히 있지도 않고, 하지만 또 없지도 않고, 노력은 하지만, 가히 그 노력이 가상하지도 않고, 상황도, 운도 따라주지 않고, 야심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시간을 흘려버리는 열정의 부재의 시간.


항상 느린 밤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기록을 해보려 한다.


며칠이나 갈까, 어떤 생각에 잠길까, 어떻게 빠져나올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