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루트에는 수많은 모래 언덕(Dune)이 있다. 게 중에는 모래 언덕에서 보딩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녀석도 있다. 우리가 샌드보딩을 즐기기 위해 찾아간 모래 언덕은 사유지인 "드래곤듄" 이었다.
인터넷 상으로 예약 메일을 보내면 접선 장소를 알려준다. 아무래도 사유지이다 보니 내비게이션으로 찾기가 어려운 탓일까? 모이는 곳은 고속도로 한복판의 주유소였다. 시간에 맞게 도착하면 관계자가 눈치껏 다가온다.
"너가 대린나니? 만나서 반갑다. 20분 뒤에 결제가 끝나는 대로 출발할 거야. 돈은 휴게소 안 ATM에서 뽑을 수 있어. 그때까지 주차는 내 차 가까이에 주차해놓는 게 좋을 거야."
비용은 한 명 당 400란드, 한화로 약 32,000원 정도 된다. ATM에서 돈을 뽑고 음료수를 사서 돌아가니 다른 예약자도 모여 있었다. 결제를 마치고 투어 업체 차량에 타려고 했더니 각자의 차량으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투어 업체 사람은 자기 차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앞장서 출발해 버렸다. 주차를 가까이 하라는 것은 그런 이유였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휴게소를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놓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잘 따라오라는 당부와는 다르게 그는 속도를 내며 달려가버렸다. 먹튀인가?! 싶어 긴장이 될 정도였다. 여하튼 잘 따라가기는 했다. 이럴 거 같으면 도착하고 돈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도착해서 방문록을 남기고 4륜 구동차로 갈아탔다. 모래 언덕까지 10여분을 가서 내린 뒤 마저 걸어 들어갔다. 간단한 안전 교육 이후 보딩이 시작됐다. 샌드 보딩은 생각보다 속도감도 있고 재밌었다. 문제는 내려와서 다시 올라갈 때였다. 모래 언덕의 오르막길을 보드를 들고 올라간다는 것은 체력 소모가 굉장한 일이었다. 구름이 낀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햇볕이 강한 날이었다면 일사병을 걱정해야 했을 것이다.
드래곤 듄에서도 가장 경사가 심한 언덕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이거 마치 인생 같아요. 올라가기는 힘든데, 내려가기는 너무 쉽잖아요.
모래 언덕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인생 교훈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래도 이건 내려갈 때 재미라도 있지...
역시 혜자의 나라답게 이번 여행 역시 단 한 명의 지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때까지 계속됐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우리는 온몸의 모래를 털어 내고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