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이나 레소토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는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한 단계 낮은 굽기로 주문해야 한다. 미디움으로 시켰다가 턱이 얼얼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야 알아냈다. 실수로 많이 구워주는 게 아니라 그것이 남아공의 미디움 굽기였던 것이다. 레소토는 남아공과 비슷할 것이다는 생각으로 한 단계 낮춰 주문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음.. 레소토 소고기는 왠지 남아공 이스턴케이프의 소와 비슷한 맛이 나는 것 같군..?
산책을 하다 들어가 본 원형극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바 보시우 전체를 통틀어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날이 거진 저물었기 때문인가 보다. 이 넓은 곳에는 오늘 이곳에서 묵을 사람들만이 듬성듬성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텅 빈 원형극장을 보니 꾹꾹 눌러온 까불이 본능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무대에 뛰쳐 올라가 얼마 전에 봤던 영심이 만화를 따라했다.
광란!(파닥파닥) 분노!!(파닥파닥)
갑작스런 소란에 지붕에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푸드드득 날라갔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비둘기들은 못 봤네.. 휴식 중에 깜짝 놀랐을 비둘기들을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둘기도 자릴 뜨게 하는 열연
민속촌 구경하기
민속촌 구역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초가집이 26개동이나 있다. 초가집 안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들어가 볼 수는 있다.
민속촌 안내도. 슥 둘러보기만 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넓다.
모슈슈 동상 쪽에서 보는 민속촌 풍경.
길도 예쁘게 잘 놨다.
실례실례합니다~ 세케테 2세라는 분이 살았다는 집.
이 집은 기어들어가야 할 판이다.
시대별로 조금씩 초가집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재밌다. 그런데 겉모양은 달라졌어도 기본적으로 둥글게 흙벽을 세우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내는 비슷비슷했던 것 같다. 초가집 안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공간이다. 꾸부정하니 들어가기도 귀찮고 해서 몇 번 들어가 본 뒤에는 그냥 슥 훑어만 보면서 다녔다.
한참 구경하며 가는데 저 멀리 민가 쪽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민속촌과 민가 사이를 막아선 울타리 너머에서다. 귀여운 녀석들, 초면에 뭐가 그리 반갑다고 ㅎㅎ 하며 같이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반응하자 아이들이 외친다.
돈 좀 줄래요~?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는 말투다. 상대가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능숙함마저 느껴진다. 우리가 무시하고 가버릴지라도 좋은 시도였다며 서로를 다독일 것 같은 느낌? 에휴... 아이들에게 값싼 시도가 되어버린 돈 요구에 한숨이 난다. 근데 한편으로는 돈이라도 주고 한숨을 쉬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더 다가갔다가는 기분만 언짢아질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