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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자 Mar 07. 2021

회사 생활 N년차,어라...? 내가 이상하다.

이상함을 감지한 처음 그 순간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사회생활 N년차로 접어들던 때의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넌더리가 날 정도로 지겨운 감정이 치밀었다.

'오늘 아침도 일어나 버렸네. 또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 이제는 완전히 버릇이 되어버린 멘트가 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온다.


"아~!! 회사 가기 싫다."


만성피로로 무거운 몸은 좀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꾸만 가라앉는 몸뚱이를  겨우 일으켜 세워 허겁지겁 옷가지를 걸치고, 어제 집어던진 가방을 어깨에 간신히 둘러메고서 집을 나간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여러 번의 환승과 계단을 거쳐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안고 겨우 사무실에 도착한다.


자리에 앉아 여느 때처럼 일과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내 옆을 지나 자기 자리에 앉는 팀원들의 움직임이 꼭 뜨거운 바람처럼 살갗에 닿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꼭 감기 기운처럼 몸에 열이 돌고 온몸이 떨려왔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힘들지'

온몸의 세포가 다 같이 분연히 일어나 몸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느낌.

그 순간 몸의 느낌을 표현하면 말 그대로 딱 당장이라도 '죽을 거 같다'였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하룻밤 새 메일함이 잔뜩 차 있다. 쌓여있는 메일 중 상대하기 싫은 사람의 메일이 눈을 찌르듯이 한눈에 훅- 들어온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두근댄다.


'00 씨, 왔네~'


미소 짓는 건가? 아니면 나를 놀리는 건가? 시도 때도 없는 인신공격과 사생활 평가로 나를 불편하게 하던 사람이 오늘은 사람 좋은 미소를 흉내 내며 인사말을 건넨다.


'어제 온 메일이 어쩌고~, 내가 장을 봤는데 저쩌고~' 팀원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내가 놓치는 함의는 없는지, 혹시 내 얘기가 있는 건 아닌지 나도 모르게 신경이 쏠린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때 누군가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와서 가슴에 꽂힌다. 다시 목 뒤가 확 뜨거워지면서 온몸에 열이 오른다.  


'뭔가 이상한 거 같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대로는 회사에 못 있겠다. 병원에 가자.'

언제고 주변 사람이 다닌다며 필요하면 가보라며 정신과 병원 이름을 말해주던 지인이 있었다.

수다 삼매경 중에 흘려들은 말이 문득 생각나 집 근처 정신과 병원을 예약한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회사 생활을 꾸역꾸역 버티던 N년차의 어느 날,

난 그렇게 정신과 병원을 내발로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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