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면 부부관계 괜찮아지나요?
"임신 기간에 섹스해도 괜찮나요?"
"임신 기간에 섹스리스 됐는데, 걱정돼요"
그렇다. 임신 기간 중엔 정말 모든 게 걱정이다.
부부가 활발하게 섹스를 해도 걱정이고, 섹스리스가 되어도 걱정이다.
전문가들 답변은 대체로 비슷하다.
유산 위험이 있는 임신 초기(12주 이전)엔 안 하는 걸 추천하고,
그 이후엔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것.
조건은 붙는다.
자궁 수축을 일으킬 수 있는 과한 가슴 애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과하고 격한 자세는 피할 것.
이것만 지킨다면 아기를 낳기 직전에도 섹스는 괜찮다.
어떤 전문가는 엄마 기분이 좋으면 태아에게도 전달된다며, 적극적인 성생활을 추천하기도 한다.
자, 여기까진 전문가들의 견해고(깔끔하다)
현생을 사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복잡하다)
아홉 달의 임신 기간, 우리는 섹스리스가 되었다.
출산 코앞까지 온 지금은 무던해졌지만 임신 중기 무렵까지 내 마음은 파도를 탔다.
우리 경우, 임신 초기엔 일단대디가 성욕이 없었고, 나는 성욕이 솟구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임신 초기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성욕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기간이니 당연히 실천에 옮길 순 없었다.
일단대디한테 애꿎은 질문만 반복했다.
"자기 괜찮아? 요즘 욕구불만 아니야?"
너무 평온하게 "괜찮아"라는 답이 돌아오면, 입이 삐죽- "어떻게 괜찮을 수 있어?" 재차 묻곤 했다.
일단대디는 내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잘못될까 겁나서 성욕이 싹 사라진다고 했다.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인 것 같은데 서운해하면 안 되지.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안정기가 찾아왔다.
이젠 전문가들도 섹스를 권장하는 시기지만 안 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뒤다.
슬슬 배도 나오기 때문에 이번엔 내가 당기지 않는다.
배 나온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다 보면 자신감도 떨어진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배 나온 내 모습을 보고 일단대디는 충격받으려나? 섹시하다고 느끼진 못하겠지?'
'하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임산부의 모습인데.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내가 자신 없어하면 더 못나 보이겠지? 차라리 자신감 넘치는 척이라도 할까?'
'섹스리스가 너무 오래 이어지는 것보단 섹스하는 게 낫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신 중기,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정말 오랜만에 므흣한 분위기가 흘렀고 자연스레 스킨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나온 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자세도 불편했고 집중이 안 됐다. 결국 내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일단대디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역력했다. 나도 그랬고.
한 번 실패하고 나니, 그 뒤론 시도 자체가 두려워졌다. 배도 하루가 다르게 더 나왔고.
그렇게 일종의 '포기 상태'로 임신 후기까지 왔다.
맘카페에 가면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어 위로가 된다.
임신 초기까진 "임신했는데 섹스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염장 질문'이 많지만
임신 후기로 갈수록 "생각만 해도 귀찮아요", "남편도 별생각 없더라고요" 같은 동병상련 글이 많다.
"임신 기간부터 안 했고 출산 후 1년 지났는데 아직도 안 해요..."라는 글도 흔하게 보인다.
음, 그건 좀 무서운데...
생각보다 많은 부부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섹스리스가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출산 뒤엔 괜찮아질 거란 행복 회로가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 섹스리스 탈출 가능할까?
7살, 4살 남매를 키우는 친구 B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출산 이후 너무 피곤해서 섹스를 피했더니, 남편 스트레스가 극심해졌고, 꽤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오랜만에 만난 B에게 요즘은 어떤지 물어봤다.
나 : 섹스리스 극복했어?
S : 응. 요즘 자주 해. 일주일에 최소 1번.
나 : 와우! 비결이 뭐야?
S : 오픈 마인드.
나 : ???
S : 섹스에 대해 오픈 마인드 하려고 노력했어ㅋㅋ 스킨십해오는 남편을 최대한 받아들였달까.
결국 모든 건 마음의 문제라던 부처님 말씀이 섹스에도 통용되는 건가.
오픈 마인드라니. 쉬운 듯 어려워 보인다. 뭐 일단 시도해봐야겠지.
아, 그전에 자신감 회복을 위해 운동도 하고.
아, 그전에 일단대디 마음은 어떤지 허심탄회한 대화도 좀 하고.
여전히 생각 많고 복잡한 나로군...
임신과 출산을 겪은 뒤 섹스리스를 잘 이겨낸 선배님들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고 싶다. (댓글 환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