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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강해져야 고통을 이겨낼까

재활병원 입원

by 연희동 김작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ㅡ니체ㅡ


이제 남편은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지금 있는 대학 병원에서 하루 30분씩 하는 재활치료로는 남편의 굳은 몸을 풀 수가 없다. 담당의사 선생님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재활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호흡기와 콧줄을 먼저 떼고 재활을 할 것인가 아님 모든 걸 부착한 상태에서 재활을 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남편의 상태는 우리가 병원을 고를 상황이 못되었다. 여러 군데 재활병원에 의뢰를 했지만 모두 호흡기와 콧줄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재활치료가 힘들다며 보이콧을 했다. 콧줄과 호흡기를 제거하려면 그만큼 시일이 더 걸리고 그동안 몸은 회복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다행히 담당교수님의 주선으로 남편의 재활치료를 허락한 병원이 있다. 서울 근교에 있는 M재활병원은 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어서 응급을 요할 시에 내과적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재활도 할 수가 있다. 연하훈련과 산소 호흡조절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 다른 병원으로 이송은 하지만 환자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남편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절망적인 상태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던 두 달 반 전의 일이 아득하였다.


재활병원은 지금까지 입원해 있던 대학병원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다. 무려 열두 개의 침상이 놓여있는 입원실에는 남편처럼 중한 환자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 여기저기서 석션을 하는 소리와 신음소리, 외국인 간병인들의 유난히 커다란 목소리들이 뒤섞여 무척이나 산만해 보였다 , 더구나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문 앞에 놓인 침상으로 배정받은 남편의 자리는 협소하고 복잡했다. 하지만 숙련된 재활 치료사와 간호사의 친절은 이런 환경조차 불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첫날밤. 남편과 간병인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바로 옆 침상의 환자가 질러대는 고함소리 때문이었다. 밤에 끼고 잘 수 있도록 귀마개와 이어폰을 전해주고 오면서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남편의 치료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남편이 유행성 독감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고열과 저혈압을 동반한 독감으로 남편은 지쳐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은 가뜩이나 면역력이 약한 남편에게는 취약하다. 아이들과 상의하여 1인실로 병실을 옮기기로 했다.

쾌적한 병실로 남편을 이사시키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쾌적함의 부상으로 따라오는 경제적 힘듦은 감내해야 할 문제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산을 하나 넘으니 또 산이다. 발병한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자마자 폐렴이 걸렸고 다시 일반 병실에서 폐렴이 재발되었다. 폐렴이 진정되는가 싶을 때 갑자기 급성담낭염 진단이 내려 담낭제거 수술을 했다. 이제 조금 회복되어 재활 치료를 제대로 하는가 싶었는데 유행성 독감에 걸린 것이다. 당사자인 남편의 고통은 말할 수 없겠지만 지켜보는 가족들도 애간장이 탄다.


저 위에서 누군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병을 이거 내고자 하는 남편의 의지와 아빠를 위해 정성을 쏟는 아이들을 보며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그 어떤 고통도 나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불과 물에 번갈아 담금질을 할수록 나는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단단해지면 어떤 고통도 튕겨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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