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이 '라는 말이 있다. 어떤 말이나 행위를 한 순간에 쉽게 바꿀 때 쓰는 말이다. 우리 신체 중에서도 손은 바닥과 등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쓰는 말인 듯하다.
이렇게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손바닥인데 남편은 발병한 뒤로 무려 석 달만인 오늘에야 드디어 손바닥을 뒤집었다. 손바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건 손목의 신경이 되살아 났다는 증거이다.
달의 이면을 본 들 이처럼 신기하고 놀라울까, 어제까지만 해도 겨우 손가락만 까딱했을 뿐인데 갑자기 손바닥을 뒤집을 수 있는 남편의 손목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아이들에게 전하며 예고 없이 다가온 회복의 기운에 더욱 기대를 걸어본다.
요즘 mz세대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 중에 '럭키비키'라는 말이 있다. 운이 좋다는 '럭키'라는 말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비키'라는 걸 그룹의 가수 이름을 합성한 단어다.
혼란스러운 시국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밝은 의미의 유행어가 만들어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긍정의 언어는 모두를 밝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이 상황이 지독히도 운이 없는 결과로만 생각하였는데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비치듯 나에게도 작으나마 럭키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동안 암담한 현실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던 행운을 보물 찾기를 하듯이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남편처럼 오랫동안 누워서만 지낸 와상 환자들은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피부가 괴사 되기 쉽다. 욕창은 중증환자들에게는 위험한 합병증이다. 다행히 남편은 욕창이 생기지 않았다. 한 달여 동안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간호사들이 정성껏 간호를 해 준 덕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며 이 또한 럭키한 일이다.
인지는 뚜렷하나 표현능력이 없는 환자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람은 간병인이다. 가족을 대신해서 온종일 환자를 도맡아 줄 간병인을 만나기까지 대부분 우여곡절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남편은 처음 만난 간병인의 도움을 꾸준히 받고 있다. 경력이 많은 기운 센 남자여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많은 간병인과 인연이 닿아 지금껏 함께하고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대학병원에서 재활병원으로 이전하는 날, 그동안 남편을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께서는 " 남편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하셨다. 지독한 고통의 시간을 잘 견뎌낸 환자에게 주는 최고의 덕담이다.
그 한 마디는 남편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견디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 수가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울 속에 갇혀있었는데 오늘 남편이 손바닥을 뒤집는 순간 내 마음이 비로소 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의 고요함에 감사하고 오늘은 어떤 럭키한 일이 나에게 나타날까 기대하게 된다.
죽을 만큼 운이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