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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

by 연희동 김작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입원소식을 듣고 놀란 이웃과 친지,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 걱정을 한다. 핸드폰 음향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뚝 떨어진다. 행여 병원에서 걸려오는 위급한 소식이 아닐까 하여 핸드폰을 여는 순간까지 불안하였다.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고 있었던지라 위로마저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 제가 문자를 드리겠습니다. "


병원을 제외한 모든 전화를 차단했다. 전화뿐 아니라 내 마음의 문도 닫아버렸다. 몸도 마음도 꼬깃꼬깃 접혀가고 있었다. 아픈 건 남편인데 사람들은 이런 나를 더 걱정하였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다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스스로 침을 삼킬 수 뱉을 수도 있고

내 손으로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는 게 행복이다.

이런 소소한 진리를 알게 해 주려고 토록 어마한 고통을 주신 걸까?

분노하고 원망하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 현관문 앞에 따뜻한 위로가 도착했다.


미역국. 시래깃국, 사골국, 갖가지 밑반찬들...

멀리 사는 동생댁의 정성이 택배로 보내져 왔다. 손수 만든 음식들을 박스에서 하나하나 꺼내면서 딸꾹질처럼 내 의지로는 멈출 수 없는 무언가가 울컥하고 터져버렸다.


119 구급차에 남편을 싣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던 그날의 새벽길은 노란 은행잎들이 길을 터 주고 있었다. 그 후로 시작된 병원살이에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는데 제때 김장도 못 했을 거라며 김치를 담가 보내주신 오빠와 올케의 정성이 도착했고 사돈의 마음이 담긴 파김치와 깍두기. 친구가 정성껏 담가서 보낸 갓김치가 김치냉장고를 채워 주었다


함께 운동하며 지내던 남편 친구 부부가 다녀갔나 보다. 늦은 밤 병원에서 돌아와 보니 현관문 앞에 묵직한 쇼핑백이 놓여있다. 오곡으로 지은 약밥은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먹고 힘내라는 위로의 표현들... 우울의 늪에 빠져 좌절하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무언의 토닥임이다.


멀리서 오빠와 남동생이 새벽기차를 타고 왔다. 내 혈육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다독이는 손.


"힘 내, 곁에는 우리가 있어"


오빠와 동생이 건넨 위로는 갑자기 조난을 당한 이에게 입혀주는 든든한 구명조끼와도 같았다. 아무리 거센 풍랑도 나를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진실함은 통한다. 그리고 이어진다


나도 누군가를 위로해 줄 때가 있다. 나보다도 더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사람, 그날 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힘 내! 당신 곁에 내가 있어"


남편도 나처럼 마음이 따뜻해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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