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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우 Nov 27. 2018

한국 영화와 여성

다양성을 위한 평등을 향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시대를 반영한다. 세상은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만연했던 남성중심의 사회는 여성인권 운동이 가속화됨에 따라 하나 둘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특히나 최근 뜨거운 화두에 올랐던 미투 운동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각 계층의 낯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영화는 이러한 세상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또한 영화계는 어떻게 이 시대에 반응하는가? 올해 한 해, 71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은 과반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었고 한국에서는 ‘한국성평등위원회 든든’이 설립되었다. 하지만 영화계 내 여성 위치의 진일보에도 불구하고 여성 영화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8년 구성된 <한국성평등위원회 든든>


 먼저, 카메라 앞의 불평등이다. 여전히 영화 한 편을 끌고 갈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독립 영화계에서 <소공녀>, <죄 많은 소녀>, <박화영> 같은 작품들이 약진하긴 했지만 상업 영화계는 여전히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17년 100만 관객 이상 든 영화 25편 중 여성 배우가 크레딧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영화는 3편에 불과했다. 수치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다. 여성 캐릭터는 여전히 성적대상화 되며, 피해자, 남성 캐릭터의 동기를 유발하는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양산형 느와르 액션물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며 영화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요즈음, 한국 영화계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여성을 도구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의 중심이 된 영화 <VIP>

 카메라 뒤 또한 앞 못지않은 불균형이 존재한다. 한 해 개봉하는 여성 감독의 영화는 최근 5% 밑으로 떨어졌다. 고된 육체노동이 수반되는 영화 스태프 들의 경우도 남초화 되어 있다. 나는 이 문제들의 원인이 관행적인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계 내부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군대와 같이 강한 육체노동과 수직 명령으로 이뤄지는 제작 현장의 관점으로 여성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한국 여성 미술감독들의 칸 영화제 벌칸상 2회 연속 수상은 이러한 관념이 편견임을 명백히 증명시켜주는 듯하다. 작은 디테일, 세밀한 흐름이 중요한 영화 매체에서 여성 스태프들의 가치는 빛난다. 

69회 칸 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미술감독과 박찬욱 감독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올해 영국 영화 기금 정책 BFI 는 2020년 까지 지원 성비를 5:5로 맞춘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먼저 영화 시장을 쥐고 있는 투자, 제작, 배급사, 영화진흥위원회의 공평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선 시장의 자본이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현장의 성평등을 위한 포럼과 위원회의 대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영화인들도 이러한 인식 변화를 위한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경량화 되고 있는 촬영장비는 현장의 육체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며 현장의 인식 변화에 힘을 보텔 것으로 예상된다.


 성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노력들은 비단 성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여성들의 시선과 목소리는 침체하고 있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끌어올려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다양성이 없이는 생존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영화는 생물과도 같다. 여러 가지 관점과 표현들이 자유롭게 뿜어져 나올 때, 기존 관습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창작자를 인정할 때 비로소 영화는 비로소 또 한 번의 생존과 진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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