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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아 Jul 12. 2024

상실, 남아있는 고통에 대하여#09

지금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금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집 근처 중학교의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교정을 나오다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에게 눈길이 멈춘다. 올 가을이면 어느 중학교로 진학할지를 정하고, 교복을 맞추고, 돌아오는 봄이면 어쩌면 이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을 수도 있었을 내 아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엄마를 만난다면 친구들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더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을 우리 아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멈춘 신호등 앞에서 눈물이 흐른다.
운전을 하다가 그렇게 혼자임이 분명히 느껴지는 순간, 여지없이 슬픔은 그 공간을 파고들며 깊숙한 심연으로 스며들어 날카롭게 꽂힌다.
노란불에서 녹색불, 다시 노란불 후에 좌회전 녹색 신호등이 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물꼬를 튼 눈물은 쉼 없이 흐른다. 어느샌가 스피커에서는 maroon5의 'lost stars'가 흐르고 있다.
시우가 그들의 노래 'sugar'를 특히 좋아해서 아빠에게 악보를 출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매일 가사를 외우고, 학교 영어 선생님께도 그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졸다댔다는 maroon5의 노래. sugar.
시우도 영화 'begin again'을 봤으면 더욱 그의 노래들을 좋아했을 텐데 못 보여준 것이 아쉽다.

마냥 어린아이 같던 시우가 13살이 되었고 그렇게 시우도 성장하고 있었다.

어릴 때는 친구들보다 늦은 생일 때문에 또래들보다 키도 작고 늦된 시우, 12월 20일에 태어나 열흘 만에 두 살이 된 시우였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고학년이 되면서 음악에 대한 감성은 제법 성숙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참 귀엽다.

6학년이 되어서도 응가할 때는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동화책을 들고 들어가서 책을 읽느라 오래도록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볼일을 보고 나와서도 한비가 있던 없던 상관없이 벗고 돌아다니는 여전히 어린애 같은 시우가,

감수성 풍부한 팝이나 가요들을 듣고 그 가사를 외우고 음미하며 좋아하던 감수성 풍부한 소년 같은 시우가,

운동회날 반장으로 앞에 서서 커다란 응원 깃발을 힘차게 휘날리던 제법 카리스마 있는 시우가,

엄마의 생일날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가 모카빵을 좋아할 것 같아 골랐다며 사다 주는 기특한 시우가,

부족한 친구를 잘 도와주고 친구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시우가,


그런 여러 모습의 시우가 오버랩되면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는 아이의 성장기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지금 그런 시우가 내 눈앞에 있다면 꼭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싶다.

이만큼 자란 시우를 칭찬하고 싶다.



늦은 후회


다시는 후회하지 않으리.  
이제는 충분히 아니 넘치게 사랑하며 살리.


너에게,

소리 내어 입술로

사랑한다 내뱉지 못했던 말들.

외로울 때 안아주지 못한 밤.

칭찬받고 싶은 너를 쓰다듬지 않았던 나의 손.
너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 준 차가운 언어들로.

나 지금 울고 만다...
눈물로 목이 멘다...

너의 빈방
너의 빈자리
너의 그림자


2016년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당시 2년간 기록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의 기일이 8주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써내려 갔던 피투성이였던 나는 시간이 처방하는 어느 정도의 망각을 통해 상흔을 남길지언정 흘리던 피는 서서히 멈추고 상처는 단단해진 채 상실의 아픔도 나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나도 그랬다고 지금도 이렇다고 말을 건네고 손을 잡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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