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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아 Jul 02. 2024

상실, 남아있는 고통에 대하여#04

상처와 상처가 만나 위로가 되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 위로가 되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상처와 상처가 만나 위로가 되다 

04. 상처와 상처가 만나 위로가 되다.




강미 언니를 만났다. 언니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언니는 남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아빠를 잃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두 명의 남자아이를 혼자서 키워야 하는 언니의 상황도 너무 안쓰럽다.

아픔을 가장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에 더욱 서글펐던 나의 눈물.

나는 시우를 잃기전에 그런 언니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예고없는 이별에대해...

나는 시우를 잃기전에 그런 언니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예고없는 이별에대해...


언니의 안타까운 사고도 불과 2년이 되지 않았다.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 미 지금 내 맘을 얘기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언니를 보니 울지 않을  없었다.


배우자의 상실, 그 거대한 슬픔과 동시에 찾아온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해야만 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그 모든 압박들을 혼자 어찌 견디었을까... 아프고 또 아프다. 나도 언니도...


상실을 상처로 반응하느냐
아니면 삶의 축복으로 역전시키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어느 심리학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언니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이 상처로 인해 서로 분열되거나, 더 강한 유대감으로 신뢰하며 사랑하는 발전된 관계로 나갈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라고 했다.


나는 선택할 것이다.

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서 새로운 길로 나가는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언니는 아직도 남편의 옷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차마 어떤 것도 버릴 수가 없어서...

남편과 전세로 살던 그 집을 매매한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집을 사겠다고, 남편과 함께 했던 그 전셋집을 매매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집으로 이사해서 환경을 바꿔 보는 것도 괜찮지 않아?"라는 어줍지 않은 조언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시우와 함께 지낸 이 아파트를 떠나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고 있다.

전세인 우리 집은 12월에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했다.  

시우와 함께한 추억이 스며있는 이 집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확 메어온다.


나는 시우의 옷장을 이미 정리했다. 더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을 쫓기듯이 해버렸다.

사내아이의 옷은 참 단출했다. 

한비의 원피스 가득한 화려한 옷장과 서랍마다 꽉 차있는 수많은 옷들과는 대조적이다.


의 서랍에 시우가 좋아하는 마블시리즈가 프린팅 된 반팔 티셔츠들과 기능성 운동복 재질의 티셔츠, 운동복 반바지들, 작 폴로세일 때 사 둔 피켓셔츠 몇 장올해는 운동복이 아닌 일반 반바지를 사달라 하여 데님 소재의 새로 사놓은 반바지 두 벌이 있었다. 올해 부쩍 많이 커서 새로 산 옷들이 많았다.


옷들을 정리할 때는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서랍 에 잊고 있던 얼마 전 나이키 매장에서 세일한다고 사 둔 긴팔 축구복이 들어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눈물이 터져나왔다.

입었던 옷들은 오히려 서럽지 않았는데 입지 못한 축구복은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목놓아 울어버렸다.

대체 어찌 된 거냐고 악을 쓰고 싶다. 왜 나에게 이런 형벌이 내려진 것인지 묻고 싶다. 따지고 싶었다.


그렇게 정리한 시우의 옷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시우 학교 학부모인 엄마에게 '남자아이만 셋을 키우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가정에서 아이들 옷을 물려받고 싶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바로 그 아이들에게 옷을 보내주기로 결정하고 받는 분에게는 따로 시우 얘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옷을 그쪽으로 보낼 수 있었다.

건강했던 우리 시우의 옷을 그 아이들이 잘 입을 수 있게 된 것에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시우의 옷을 헌 옷 수거함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면 얼마나 서글펐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했다.


시우가 잠옷으로 늘 입던 티셔츠 한벌과 좋아하던 마블캐릭터 셔츠 한 장 그리고 최근 가장 많이 입고 좋아했던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 이렇게 세장만을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한비에게 "오빠 티셔츠 하나 입을래?" 했더니 첨엔 아니라고 하더니 다시 '해골 티셔츠는 자기가 갖겠다고 6학년쯤 되면 자기도 그런 옷을 입을 것도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한비와 잠시 웃었다.




언니는 차를 마시고 헤어지며 "나는 이제 울지 않아,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고 형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이라고 말했다.

'나도 언니처럼 2년 정도가 지나면 눈물이 말라버릴까? 울어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메마른 가슴만 남게 될까?'라 생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아려왔다.

상처한 지 2년이 지난 언니에게는 아직도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그 그늘이 언니 본연의 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게도 그런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잊혀지지 않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일으키는

수많은 불면의 밤들과

내 살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깊고 날카롭게 심장을 후벼 파는 아픔을

순간순간 참으며 이겨내기 위해 살고 있다.

살아가야만 한다. 아니 살 수 있다.


사람을 통해 오늘 나를 위로하시는 하나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는 하나님..
내 삶의 목적을 찾기 원한다고 간절히 기도해 본다.


2016년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당시 2년간 기록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의 기일이 8주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써내려 갔던 피투성이였던 나는 시간이 처방하는 어느 정도의 망각을 통해 상흔을 남길지언정 흘리던 피는 서서히 멈추고 상처는 단단해진 채 상실의 아픔도 나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나도 그랬다고 지금도 이렇다고 말을 건네고 손을 잡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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