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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an 16. 2023

감사일기 2

2022년 12월

땡스클럽에서 쓴 감사일기 모음




2022.12.1.

- 먼 타국에서 내 생각이 났다며 향수를 보내준 린에게 감사하다.

- 오랜만에 부엌에서 김치찌개가 끓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런 따뜻한 저녁 냄새를 그리워했던 것 같다. 타이밍을 놓쳐 먹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배불렀다.

-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 감사하다.




2022.12.2.

- 밀린 서울 일정을 하루 안에 차곡차곡 다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멋진 어른을 만났다. 시간이 금방 갔다. 즐거운 일을 앞두고 있다. 기대된다.

- 이아의 졸업전시를 다녀왔다. 그의 용기가 듬뿍 담긴 작품을 보며 울컥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 그의 친구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쁘다.

- 새로운 주문제작 가방이 매우 마음에 든다. 지난 가방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전부 보완한 나만의 가방이라 더욱 소중하다. 작가님들께 직접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

- 보나와 마공과의 시간이 행복했다. 평소보다 술도 밥도 과하게 먹었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쌓아온 시간 틈새에서 하지 못한 말들을 나눴다. 사랑과 위로가 넘치는 관계여서 너무나 좋았다. 아직도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서 즐겁다.

- 긴 이동시간에 앉아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2022.12.3.

- 매우 사랑하는 친구들을 이틀 연속으로 보게 되어서 정말 가족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보나가 몸이 안 좋아서 내내 힘들어했다. 내가 지갑을 다른 곳에 놓고 온 바람에 만나게 된 모임이었는데 나의 부주의가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때가 있나 싶다. 친구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 카페 사장님께서 아픈 보나와 걱정하는 나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그의 따스하고 넓은 마음에 감사하다.

- 오랜만에 바다를 뵈었다. 마음으로는 가까운데 실제로는 어려운 사이라서 걱정했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원활하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름 친구가 되어가는 이 새로운 과정이 재미있다.

- 아마께서 내가 포장해 온 가지튀김을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2022.12.4.

- 서리께서 벌써 시나리오를 완성해 보내주었다. 나는 아직 시놉시스도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죄책감이 들었다. 언제 다시 이렇게 '쓰기'가 무서워졌는지 알 수 없다. 새삼스럽게 작가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2022.12.5.

- 점심시간을 넘어서까지 진료를 봐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

-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병원은 늘 예약시간을 한참 넘겨서야만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기다림을 견뎌낼 수 있는 내 몸과 마음 상태가 다행이다.




2022.12.6.

- 이틀 전 예약한 숙소에 머물기 위해 청주로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여행에 짐은 손바닥만 한 가방뿐이지만 단짝과 함께여서 즐거웠다.

- 아주 마음에 드는 재즈바를 알게 되었다. 사장님께서 멋쟁이신 데다가 칵테일 맛도 좋아서 청주에 살고 싶을 정도였다. 벽난로 앞에서 와인잔을 들고 캐럴에 춤을 췄다. 내가 사랑하는 휴일은 늘 이런 모습이었다.

- 예전 활동가 시절 영상들을 쭉 보며 행복에 젖었다. 그리운 나의 네팔 가족들이 늘 건강하길 바란다.




2022.12.7.

- 숙소는 정말 멋졌다. 월악산의 품 속에 쏙 안긴 기분이다.

- 또 구구절절 잠꼬대를 해댄 모양인데 이에 익숙한 친구와 함께여서 다행이다.

- 조식 시간에 옆방 숙박객들과 마주쳐 우리의 귤을 나눠드렸다. 시내로 나갈 때 그들을 다시 만났는데, 어리바리한 우리에게 친절히 버스 시간을 알려주셨다. 카드를 찍을 수 없는 버스에 당황한 우리 대신 버스비를 흔쾌히 내주시려고도 했다. 감사한 인연이다.

- 불광천 벤치에서 오리들을 만났다. 추운 날씨가 걱정이면서도 반가웠다.

- 인천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글빈의 연락을 받았다. 늦은 시간 혁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였다.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일이었지만 최근 글빈을 위로하고 싶었던 터라 힘을 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들을 만나 첫 차가 뜰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에게 나의 애정을 보여주고 엉킨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의 선택에 감사하다.




2022.12.8.

- 몸살 기운이 있음에도 보고 싶다며 퇴근 시간을 내어준 홍에게 감사하다. 우리에게 편안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어 기쁘다.

- 유령캔들 선물을 기뻐해준 마공에게 감사하다. 그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신나서 구매하던 지난 시간이 보상받는 기분이다.




2022.12.9.

- 미뤄두었던 여권 재신청과 지난 여행 결산, SNS 답장을 차례로 해냈다. 나 자신 매우 기특하다.

- 필름사진을 스캔해서 친구들에게 돌려주었다. 다들 기뻐해서 다행이다.

- 글을 완성하지 못한 채 내일 그에 대한 회의를 하러 가야 한다. 드라마터그, 프로듀서, 배우, 소설가... 피드백받기 너무 무서운 조합이다.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이 기분이 너무 오랜만이다.

- 내일 몇 달을 함께 해온 기후위기 창작 동료들을 만난다. 그리고 새로 함께할 분들을 환영하러 간다. 나는 이제 함께 하진 못하지만,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낼 이 공동체가 궁금하고 반갑다. 따스하고 부지런한 위로들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진다.




2022.12.10.

- 가는 길 멀미로 힘들었는데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에 따뜻한 차 한잔 사서 약속장소에 갈 수 있었다. 차가 내 상태를 지켜주었다. 감사하다.

- 지연의 멋진 전시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창작 모임 마지막이란 생각에 조금 울컥했다. 따뜻하고 깊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 저녁에는 나의 작업실에서 선, 보보, 호, 범, 서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회의도 잘 끝냈고 술자리도 대화가 끊이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마땅치 않은 작업실로 초대했음에도 웃음으로 공간을 채워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 작업실이 가까운 덕분에 몸 상태를 판단해 먼저 혼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멀리까지 와준 사람들을 마지막 정리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죄송했으나 다들 걱정 말라고 해줘서 감사했다. 좋은 기억으로 다시 찾아주길.




2022.12.11.

- 인생 연극을 만났다. 드디어 나에게도 “무슨 연극 제일 좋아하세요?”에 답할 수 있는 말이 생겼다. 추천해 준 글빈, 바쁜 시간 쪼개 함께 관람해 준 이아, 그리고 멋진 네 배우님들께 사랑과 지지와 감사를 보낸다.




2022.12.13.

- 숙께서 나를 필요로 하실 때 직접 병원으로 모시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검사 결과를 함께 듣고 손을 잡아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

- 갑자기 눈이 쏟아졌다. 숙께 드릴 모자와 목도리가 있어 정말 기뻤다.

- 도서관에 일하는 천을 만나러 갔다. 그의 퇴근을 기다리며 오랜만에 흔적과 상처가 많은 책들을 펼쳐 볼 수 있었다. 고요하지 않은 도서관이어서 더 즐거웠다. 책에 파묻혀 일하는 친구가 있어 기쁘다.




2022.12.16.

- 자신의 이야기를 잘 꺼내놓지 않는 씨엘이 먼저 대화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해줘서 감격스러웠다.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그랬듯 행복했다. 그는 멋진 선택과 고민을 한다. 멋진 나의 친구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씨엘에게 주기 위해 준비한 노란 꽃다발이 참 어여뻤다.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귀여운 그와 참 잘 어울렸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동체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도 가슴 벅찬 담론을 나눌 수 있어 매우 매우 매우 기쁘다.

- 우리를 위해 작업실과 와인을 내어주신 신부님께 감사하다. 나의 고민에는 정말 필요했던 위로와 농담을 해주셔서 혼란이 안정되었다.

- 막차 때문에 급하게 떠나는 우리를 위해 작별 캐럴을 불러주신 사모님께 감사하다. 음악학자인 그에게 <음악혐오>라는 발칙한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그는 고맙다며 아주 귀여운 셀카를 보내주셨는데 보자마자 크게 웃었다.

- 솔밤과 집 방향이 같아서 다행이다. 막차에서 손잡이에 의지해 소곤소곤 나눈 우리의 안부가 소중하다.




2022.12.17.

- 선이 친구 충을 소개해주었다. 충은 또 자신의 친구 준을 데려왔다. 새 친구가 생기는 일은 늘 설레고 즐겁다. 우리는 첫 만남에 밤바다를 보러 갔다가 추운 날씨에 굴복하며 친해졌다.

- 충이 작업실에서 자작곡을 들려주었다. 세 곡이었는데 전부 다 좋았다. 근사한 아티스트를 새로이 알게 되어 기쁘다. 우리 넷이 함께 할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 기타 연주를 배우고 싶어졌다. 나의 끝없는 호기심에 감사하다.




2022.12.18.

- 선와 함께 영상을 찍었다. 어제 얘기하다가 갑자기 촬영하게 된 것인데 결과물이 꽤나 마음에 든다. 늘 시간을 내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는 희에게 정말 감사하다.

- 최근 주변인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이에게 아름답게 보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를 성장시킬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사랑에 감사하다.




2022.12.20.

- 무례한 연락을 받았는데 마침 쿠씨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따뜻한 물에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는 환경이어서 더욱 감사했다.

- 어제부터 몸이 매우 안 좋았다. 새벽에 부아께서 내 이마를 짚어보고 출근하셨다. 감사하다. 오늘 내가 겪은 무례한 일에 대해 상처가 되는 리액션을 하셨는데, 잠결에 느낀 이 손길을 기억해 낸 덕분에 더 크게 오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이해했다. 부아와 새로이 쌓아가는 관계에 감사하다.

- 최근의 아마는 늘 내게 대단한 위로를 주신다. 아마와도 새로이 만들고 있는 관계에 감사하다.

- 마공과 통화했다. 마른기침 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그의 목소리에 안정되었지만 동시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초조하기도 했다. 사랑은 실천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여러 방법으로 사랑을 실천할 고민을 할 수 있는 우리의 관계에 감사하다.




2022.12.21.

- 붙박이장에서 고등학생 때 선물 받은 장갑을 찾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손에 끼고 외출했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었다. 나의 사부작거림을 즐겁게 지켜봐 주신 경비노동자 분께 감사하다.





2022.12.23.

- 입원 중인 마공에게 나의 최애 책을 선물했다. 면회가 불가능해서 병원 1층에 맡겨두었는데 잘 전달해 주신 병원 직원분께 감사하다. 마공이 멋진 감상문으로 답장해 주었다. 나의 취향이 누군가의 취향도 되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 여유가 되어 가지고 있는 SD카드를 정리했다. 반가운 영상이 많았다.




2022.12.25.

- 마음 편한 연근에서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책장에서 책갈피로 쓰인 여러 물건들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 티백, 영수증, 네잎클로버, 명함, 사진 등이었다.

- 퇴원한 마공을 축하할 수 있어서 기쁘다.

- 사장님인 찬과 1년을 정리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곧 짧지만 긴 방학을 맞이할 그를 너무나 응원한다.

- 마음이 평안해지는 설거지 중에 친구의 좋지 않은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그 사연도 사연이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던 친구의 소식이라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기를 내 그에게 연락을 보냈다. 내가 여전히 그를 매우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음이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




2022. 12. 27.

- 동이 어린이들의 합창 영상을 보내주었다. 그가 일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그가 어린이들과 함께 하며 성장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응원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이렇게 뜬금없이 각자 사진과 영상을 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의 관계에도 감사하다.

-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스토어를 함께 보러 와준 홍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겨울에 어울리는 향과 칵테일을 경험했다.

- 그를 기다리면서 미뤄둔 쇼핑을 할 수 있어 매우 다행이었다. 아직 필요한 물건을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통장에 감사하다.





2022.12.29.

- 대화와 음식과 사랑이 가득한 연말파티에 초대받았다. 파티를 기획하고 준비해 준 보나, 정음, 단단에게 감사하다. 서로의 이야기와 애정을 나눠준 홍, 준, 마공, 이아, 쫑에게도 감사하다.

- 새로움과 유쾌함이 가득한 두 번째 연말파티에 뒤늦게라도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파티를 기획해 준 따와 선에게 감사하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께 감사하다. 특히 퍼즐을 맞춰준 귀여운 사람들.




2022.12.30.

- 사랑하는 친구 현이 힘을 내 더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2022.12.31.

- 마지막 날에 안전하고 지혜로운 타로로 마무리하여 즐거웠다. 먼저 고민해 주고 실천해 준 마더피스에게 감사하다.

- 내 속도에 맞춰 1년을 떠나보낼 수 있게 해 준 몽이와 마공에게 감사하다.

- 지난 동료 요쌤께 다정한 선물을 받았다. 소설을 사랑하는 그가 추천하는 책이 이미 읽은 책이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늘 감사하다.

- 또 맞이한 한 해를 잘 살아내 준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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