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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an 18. 2021

18. 고독한 완벽주의자 에리카가 싫은 에리카

필명을 에리카로 바꿀까

단톡방에 링크 하나가 왔다. <당신은 어떤 꽃인가요? MBTI> 뭐야.  새로운 심리테스트잖아. 역시 심테에 미친 사람들. 그리고 그들  제일 미친  역시, . 나는 새로운 심리테스트가 나오면 무조건 해는 사람으로, 블로그에 심리테스트 카테고리를 하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아직  해본 테스트라니. 신명 나게 링크를 타고 들어가  질문엔  대답,  질문엔  대답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대망의 결과가 나왔다.  <신중하고 똑똑한 당신은, 고독한 완벽주의자 "에리카"> 보자마자 생각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군. 심지어 꽃도 약간 징그럽게 생긴  같아. 그렇게 조용히 결과를 닫았다. (사주도 좋은 것만 믿는 사람)

다른 단톡방에서  심리테스트 링크가  왔다. 역시 사람들은 전부 심리 테스트에 미쳐있어. 나는 조금 전에 했던  테스트이기에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결과가 궁금하다고 물어오는 탓에 어쩔  없이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다. 그러면서 에리카 나오지 마라, 에리카 나오지 마라 기도하며 약간의 답을 바꾸었다. 결과는  에리카였다. 시발 이유가 뭐지.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무려 뉴욕에서 파리로 바꿨는데! 나는 결과를 캡처해 친구들에게 보냈다. 친구들은 도라지꽃이나 수선화, 히비스커스, 백정화 같은 것들이 나왔다.  그들의 결과엔 대부분 속이 깊다, 열정이 있다 같은 말들이 쓰여있었다. (...  너네만 좋은  나와..? )  그리고 대놓고 든, 소심하든 관종이라는 말도 붙어 있었다. 세상에 관종이라는 말이 부러울 줄이야. 저도 관심받는  좋아하고요?

에리카가  싫냐면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없어 보이잖아. 그리고 조별 과제 참여  하면 제명하는  당연한  아니야..? 참여를  했는데 어떻게 점수를 받아..? 겨우  정도로 무서운 사람 만드는  있는 거야..? 사실  질문들엔 내가 선택하고 싶은 진짜 답변들도 없어. 일단  어디든 떠나고 싶지 않아. 여행  가도 집에서 충분히 행복하고요.  비행기 옆자리에 마음에 드는 이상형이 있어도 어쩌다 대화할 그런 일은 없어. 옆에 누가 탔는지 기내식 받을 때 아니면 쳐다도 안 보니까. 말을 하면 할수록 에리카랑 내가 찰떡이라는  부정할 수가 없네.  에리카는 이름도 사람 이름 같아. 필명을 에리카로 바꿔야겠어.
 
심리 테스트를  때마다  나오는 공통적인 부분  하나는 고독하다는 말이다. 나는 혼자서도  놀고 외로움도   느끼기 때문에  '고독'이라는 말이 심하게 거슬린다. ( 인생 책은 루나 파크님의 '혼자일  행복할 '이다. 읽지는 않았는데 제목에서 그냥 끝났다) 고독하다는  밑엔  다른 말이 붙어오곤 하는데 그건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라는 말이다. 나는  부분이 상당히 따끔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면서, 막상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들킨  같아서. 그리고 내가 차가운 사람인  같아서.

나는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경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러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면 그것 자체를 차단시켜 버린다. 내가 지치지 않게, 다치지 못하게.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  링크가  올라왔다. 그리고 또다시 에리카가 나왔다. 친구들은  각자 자기랑 비슷한  나왔다며 이야길 했다. 나는 더 이상 부정할  없다.  결과는 평생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행  만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느니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과 대화할  분위기를 이끈다거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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