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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과 Feb 12. 2022

퍽퍽한 인생에서 조이는 건 느슨해지는 것보다 편안했다

아이러니한 삶에게 던지는 물음표

퍽퍽한 인생에서 조이는 건 느슨해지는 것보다 편안했다. 나를 조이는 것에 숨이 막히는 편이 나아서, 느슨하고 여유로운 숨결은 어색했다. 어릴 때는 긴장감이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스스로를 조였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는 거야. 그렇게 조이고 조여 나는 흔히 말하는 인서울을 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었고 상경을 했다. 서울에 오면 긴장감은 사라질 줄 알았다. 모든 조임이 풀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한국의 도시 중 가장 긴장감 넘치는 곳은 서울이었다. 그때부터는 숨이 막혀 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한 것 같다. 강의를 듣고 학교 빌딩을 나오면 오늘도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음을 느낄 때,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수직적 인간관계 안에 있을 때, 알아듣지 못한 수업을 영영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에 쳐했을 때, 친구의 서운함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러면 나는 어떻게든 느슨해지기 위해 술을 마셨다.


모순적이게도 느슨해지려고 마셨던 술은 나를 조여왔다. 좀 더 많이 마셔서 느슨해지는 지려고 노력하거나,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조임을 당했을 때, 친구의 서러움으로 만들어진 벽이 우리 사이에 놓여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을 때, 아무리 많은 양을 들이켜도 인생의 탄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원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공간은 점점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목구멍이 좁아지듯이 그렇게 내 삶의 여유로움은 증발되었다. 나의 공간이 외부에 의해 좁아드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공간을 좁혀나가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제 조이는 것은 당연함을 흡수한 듯 쉴 때도 긴장감이 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지면 안 된다는 틀에 나를 끼워 넣는 기분이랄까. 그 좁은 틀에 들어가서 쉬고 있는 게 나는 왜 느슨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일까. 이 아이러니한 나의 삶에 물음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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