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과 Jul 12. 2022

남는 게 체력

저자이자 구글 전무인 정김경숙님의 강연을 듣고 나서 나의 머릿 속에 남은 한 가지 다짐은 "체력"이었다. 저자의 책 제목에도 체력이라는 단어가 있는 만큼 저자의 삶에서 체력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 중 고농축의 주말을 보내는 삶을 들으면서 이건 정말 써도 써도 남는 체력 덕부닝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나에게도 남겨진 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쩐지 매번 금새 동이 나버린다.


체력 하나 때문에 서럽다고 주저앉아버리면 마음도 몸처럼 저질체력이 되어 버리는 것 같았고, 그녀의 말처럼 '남는 게 체력'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운동은 무엇일까. 유도, 검도, 주짓수, 요가... 그런데 어쩐지 모든 것을 해보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이 앞섰다. 선생님과의 불협화음, 남성들과 부딪히며 운동해야 하는 현실의 아득함, 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운동을 통해 일자허리와 일자목의 고통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을 채우기 보다 뼈를 제자리에 세워두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한참간의 고민 끝에 3년 전 그만 두었던 필라테스를 떠올렸다.


만약 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수업의 난이도가 있는 수업에 욕심이 났다. 원래 욕심은 끝이 없고 만족은 휘발되는 것이 아니던가. 과감히 1:1 필라테스를 알아보았고 개인 레슨을 받다가 몸이 좋아지면 신체를 좀 더 활동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같이 병행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운동들은 일정 기간 안에 회차를 소진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족쇄 같은 조건 아래 스스로에게 채찍질 하듯이 운동을 꾸역꾸역 씹어 넘기고 싶지 않은데 왜 인지 그런 환경이 만연하게 자리잡고 있어 피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된 것에도 그들의 지갑 사정이 있을 테니 상황에 맞춰 나가는 것이 맞을 것도 같으면서도, 이 와중에 남의 지갑 사정만 하는 나에게 내 지갑이 연신 한숨을 내쉬며 이내 줄어든 몸둥이의 공기마저 빼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 어째 내 지갑만 가벼워지는 것 같아 울적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쓴이가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