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센터 인포 매니저의 일상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필라테스 센터 인포 매니저의 일상 글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필라테스 센터에서 일하면서 브런치에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글들이 많았는데요.
아쉽게도 오늘의 글은, 제목 그대로 제가 6개월가량 일하던 센터에서 그만두게 된 이야기입니다.
속상한 것보다는 섭섭하고 막막한 마음, 아쉬운 감정들이 있기에 덤덤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편하진 않지만, 세상 사는 것이 언제 내 의지대로만 흘러간 적 있나요.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두어야지요.
회사원일 때는 몰랐던
회사원일 때는 매월 정해진 날짜 그리고 아침에 통장에 정확히 찍히는 금액을 확인하고 출근을 했었어요. 그게 너무 당연했고, 익숙했었던 것 같아요.
퇴사하고 자영업자 밑에서 일하면서는 제날짜에 월급이 들어오긴 했지만, 입금되는 시간은 정해짐 없이 제각각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월급날, 원장님이 월급을 조금 늦게 받아도 괜찮은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카드 결제일 때문에 당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회사원일 때와는 달리 한 푼이라도 너무 아쉬운 상황이 되었고, 카드 결제대금이 나가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거든요.
원장님의 어려운 상황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저는 급여를 늦게 받아도 된다고 말씀드릴 만큼 여유롭지 못했어요.
원장님은 당일에 주신다고 하셨는데 돈은 계속 안 들어오고.. 출근해서 몇 번이고 계좌를 확인해도 들어오지 않는 월급..
그날, 월급이 들어오긴 했지만 너무 늦은 저녁 시간에 입금을 해주셨고 카드 결제대금은 제때 빠져나가지 않아 결국 연체가 되어 심장이 덜컹했어요.
회사에서는 월급이 미뤄지는 경우가 없었기에 자연스레 결제일을 월급일로 맞춰뒀던 것이지만, 지금으로 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또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에 바로 결제일을 늦춰놨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좀 불안하긴 했어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은 회원수나 등록건수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센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 온몸으로 체감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동안 월급이 밀린다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제 삶에 '월급을 제 때 못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막막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애정을 가졌던 곳이기에
저는 이곳에서 6개월 남짓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제 자신이 아르바이트생일 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저를 원장으로 착각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센터에 꼭 필요하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해오며 책임감도 강했어요.
원장님이 잘 까먹으시거나 확인하시지 않는 부분들을 체크해서 알려드리는 것도 제 역할이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즐겁게 했던 일들도 있었죠.
그러나 원장님은 센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셨고, 가끔은 ‘저러면서 왜 장사가 안 된다고 나한테 말씀하시는 걸까. 나는 그저 최저시급 받는 사람일 뿐인데.'라고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센터에 필요할 것 같은 물품들을 구매 요청드려도 잘 사주신 적은 없지만 저는 어떻게든 센터가 잘 되길 바랐고, 한 분이라도 더 등록하실 수 있도록 제가 배운 최대한의 지식을 활용해서 상담해 왔습니다.
제가 잘린 이유는 '센터 사정이 어려워서'였습니다.
인포데스크의 직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한 달의 기간을 줄 테니 그동안 일자리를 알아보고 일 구해지면 바로 그만둬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고마웠다', '수고 많았다'라는 한 마디는 해주실 줄 알았는데 무언가 미안해하면서도 멋쩍어하는 '미안해~!'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네요.
처음부터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해 주셨다면 저는 좀 덜 섭섭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자격증은 언제 따고, 강사 생활은 할 건지, 결혼하면 이사 가는 게 맞는 건지 물어보시길래 '일자리 제안해 주시려는 건가? '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저를 자르려고 하는데 어차피 저 나열한 사유들로 제가 오래 근무를 하지 않을 사람이었어서 '다행이다'라는 거였습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는 누구를 위한 말이었을까요.
어차피 저는 필라테스 강사 준비생이었기 때문에 여기가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의미였을까요, 아르바이트생을 자르는 고용인이 본인 마음 편하려고 한 말이었을까요.
언젠가는 그만둘 센터, 조금은 빨리 그만두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매일을 애정 갖고 일했던 곳이기에 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잘 되길
그래도 원장님의 입장은 너무나도 이해합니다.
요즘 필라테스 업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저도 이대로라면 빨리 문 닫을 수 있겠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원장님은 매우 스트레스 많은 상황이셨을 거예요.
이렇게 힘든 영업장에서 매출 때문에 자르는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으실 겁니다.
원장님 덕분에 필라테스 센터에서 일도 해보고, 센터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것들도 배워갈 수 있어서 오히려 저에게는 감사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원일 때와는 다른 현실의 벽에 잠깐 당황스럽고 현타(?)도 왔는데요. 앞으로 강사 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근데 어느 길이건 간에 다 장단점은 있길 마련이니, 회사원과 프리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지금 제가 택한 길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또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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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시간 동안, 이곳에서 일하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