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않으려고 쓰는 일기
결혼하게 된 결심
이혼하지 않기 위한 결심
신혼 8개월 차.
주변에선 다들 너무 좋을 때 아니냐며, 둘이 꽁냥꽁냥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겠다며 부러워한다.
좋을 때도 있었다.
연애할 때 아쉬움이 가득 묻어 헤어질 일도 없었고, 언제 어디든 같이 갈 수 있고 더 넓고 큰 집에서 요리도 해 먹고 큰 TV로 재밌는 영화도 보고.
사실 결혼 준비 때부터 너무 많이 싸워, 파혼하네 마네 이야기가 나왔던 우리였다.
그와 나는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엘리멘탈의 주인공 같았던 우리
남편은 꼼꼼하지 못하고, 잘 잊어버리고 둔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모든 걸 계획 세우기 좋아하고, 실수나 뭐 하나 놓치는 거에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 준비는 대부분 내가 알아서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고, 그냥 내 의견에 맞춰주면 좋겠는데 남편은 또 그게 아니었다.
집을 알아볼 때, 나는 우리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에 행복주택을 알아보자고 했었다. 근데 남편은 첫 시작을 임대아파트에서 하고 싶지 않다며 반대했다. (근데 우린 돈이 없는데..?)
결국 현실을 깨닫고는 남편도 행복주택도 생각해 보겠다 했고 마침 내가 청약을 넣었던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도 이 집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한다.
이렇듯 남편이 내 의견과 충돌할 때마다 나는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았다. 단순히 "빨강이 좋아? 파랑이 좋아? 난 파랑이 좋은데"가 아니라 행복주택처럼 터무니없는 이유로 내 의견에 사족을 달았다.
내가 가전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집이 작은데도 큰 소파를 사자느니, 티비는 무조건 큰 게 좋다느니, 갑자기 몇십만 원짜리 사운드바를 사고 싶다느니, 세탁기를 이미 골랐는데 돈 더 주고 다른 색상으로 바꾸고 싶다느니 나를 아주 골머리 섞게 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 다들 "야 남자들은 원래 가전가구에 별 관심 없지 않냐..?"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중요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뜩이나 서로 예민한데 더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짜증이 더 늘어갔고 남편과 여러 가지로 싸우면서 서로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말을 내뱉기도 했다.
여자저차 결혼은 완료(?)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우린 영화 엘리멘탈의 주인공들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 같았다. 결국 그들은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나는 이 사람하고 있을 때 가장 나 다웠고,
이 사람과 같이 놀 때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저 두 가지 전제는 존재한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미치게 안 맞는다. 맞춰가는 것이 결혼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맞춰갈 것이 너무나도 투성이다.
그래도 남편을 아직은 사랑하기에 안 맞는다고 포기하지 않고, 남편과의 싸움에서 나의 미성숙함을 반성하고 또 각각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써보려 한다.
오늘도 싸운 뒤에 신혼 이혼을 네이버 창에 검색 후,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그리고 나의 이혼하지 않으려고 쓰는 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