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필라테스
몸이 아픈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어렸을 때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였지만,
커가면서 조금씩 건강해져서 유난히 잘 아픈 어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몇 달 사이에 독감, 몸살, 인후염 쓰리 콤보를 앓았다.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인데..
필라테스 강사는 특히나 아프면 안 되는 직업이다.
회사원일 때는 아프면 바로 연차를 내고 쉬었다.
많이 아프지 않아도 아플 기미가 보이면 휴가를 낸 적도 있다.
휴가가 보장되어 있는 직업이었고,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으니까 아파서 몸이 축나는 건 싫어도 쉬는 건 너무 좋았다.
나는 아픈 게 미칠 듯이 싫고 불안하다.
내가 아프면 회원님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다. 수업은 회원님들과의 약속이고, 내 수업을 보고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수업을 못하게 되면 그룹레슨의 경우는 대강 강사님을 얼른 구해야 한다. 근데 내 성격상 내 수업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게 불안하다. (그리고 구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업을 못 하면 돈을 못 번다. 대신 수업료는 대강 강사님께 드리며,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는 회사원일 때와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제는 내 몸이 곧 시간이고, 몸 관리가 돈을 버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프리랜서의 삶인가.
오전 수업을 하고 있는 요즘.
어떤 회원님이 나에게 저녁 수업은 안 하냐고 물어보셨다.
저녁에는 다른 센터에서 일을 한다니까, “어머 완전 프리랜서구나. 부럽다~”라고 하셨다.
프리랜서 강사로서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처럼 내가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한 군데에서만 매여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싶다.
나는 앞으로도 프리랜서의 길을 잘 닦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랜 시간 동안 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는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기억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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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간절한 소망은 앞으로 크게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필라테스하는 할머니가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