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필라테스 강사의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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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보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초보임에도 저를 믿고 수업을 맡겨주신 센터에도 감사하고,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 빼먹고 열심히 출석하시는 고정 회원님들께도 감사할 따름이죠.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에 출근이 아닌 날에도 센터에 가서 몇 시간씩 시퀀스를 짜고 수업을 준비한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수업 재밌어요”, “쌤 수업은 오늘 어떤 운동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좋아요”라는 과분한 칭찬도 들었어요.
저의 수업 목표는 ‘필라테스는 지루하거나 정적이지 않고 재밌는 운동이라는 것을 인식하실 수 있게, 그리고 운동 목적을 이해하고 가실 수 있게’ 였는데요. 목표했던 바가 정확히 회원님들께 전해진 것 같아 뿌듯했고, 요즘 제 수업에만 나오신다는 회원님의 말에 퇴근 후 기분 좋게 잠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예상치 못한 컴플레인을 받았습니다.
수업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아요
헉. 원장님을 통해 들어온 컴플레인은 상당히 충격이었어요.
이 직업이 온갖 컴플레인을 받는 직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사실, 수업이 어렵다, 말이 너무 빠르다, 목소리가 작다 같은 직관적인 컴플레인이었다면 이해했을 거예요.
바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고, 나의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수업의 흐름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동작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인지, 갑자기 이상한 동작을 하는 것 같다인지) 모르겠어서 원장님께 혹시 더 정확한 설명을 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았는데요.
원장님은 자세하게는 본인도 모르겠고, 회원님도 더 설명하시지 않으셨다고 해요.
관리자 입장에서 컴플레인을 전달하는 것은 더 신경 써달라는 뜻일 텐데, 정확하게 모르겠다면 내가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는 걸까? 싶었어요.
“크게 신경 쓰지 마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원장님은 앞으로 이런 일 많을 거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만 하셨지만,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내 시퀀스의 문제인지, 큐잉의 문제인지 해답은 찾지 못하고 면담(?)의 시간이 끝났어요. 그리고 저는 다시 지난 시간의 제 시퀀스들을 하나씩 뜯어보았습니다.
그런데도 모르겠다!!!!!!!!!!
저는 보통 그날그날마다 수업의 주제를 잡고 가는 편인데, 하루는 어깨 안정화+복부가 주제라면 이 주제에 대해 설명 후 수업을 시작해요.
그리고 주제가 메인으로 동작을 진행하지만 필라테스는 전신 운동이기에, 중간중간 포지션이나 흐름에 맞게 둔근, 고관절 굴곡근, 척추기립근 등 다양한 움직임을 하실 수 있도록 시퀀스를 짭니다.
하나 걸리는 거라면, 어느 한번 수업 때 시간이 남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마지막으로 예상하지 않았던 하체 동작을 포함시켰거든요. 혹시 이것 때문에 흐름이 끊겼다고 생각하셨나?
그래도 매수업 때마다 그런 건 아닌데, 강사도 사람인데 ... 너무 깊게 생각하다 보니 속상함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그리고 잔잔했던 마음에 철썩- 파도가 쳤어요.
그 회원님이 누군진 모르지만, 이제는 제 수업에 오지 않으실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수업을 못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아쉬우면서도, 원장님 말처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제 수업을 좋아해 주시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시퀀스를 열심히 준비합니다.
그리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정말 있었나, 다시 한번 시퀀스들을 점검했고요. 혹시 제 설명이 어려웠을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큐잉은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목소리톤은 하이라이트에서 더욱 파워 있게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되뇌입니다. 나를 모두가 좋아하지 않듯이, 내 수업도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강사들 멘탈 다 날아가요)
필라테스 강사들이 받는 컴플레인들 (그룹레슨 ver.)
1. 수업이 재미가 없어요
2. 선생님 표정이 별로예요
3. 왜 상체 운동에 복부만 해야지 다른 근육도 써요? (복부만 상체라고 생각하셨나 봄)
4. 수업이 어려워요, 쉬워요
5. 저만 봐주세요 (8:1 수업입니다 회원님 ㅠㅠ)
6. 운동했는데 땀이 안 나요
7. 수업을 왜 이렇게 짜와요? 환불해 줘요 (강사 앞에서 직접 말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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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고 들은 컴플레인들입니다!
물론, 수업에 지각하거나 인상을 쓰거나, 시퀀스를 너무 엉망으로 대충 짜거나, 염소 목소리로 설명하거나 등등 강사로서 자질이 부족해서 오는 컴플레인도 있지요.
저도 맘에 쏙 드는 수업을 그닥 못 겪어봤기에 컴플레인의 내용 중 이해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룹레슨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든 피드백과 컴플레인을 수용하고, 하나하나 다 이해하려고 하면 강사 입장에서는 머리가 터질 거예요.
컴플레인을 못 견뎌 그만두시는 강사님들도 많다고 해요.
그렇기에 어떤 컴플레인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부족하고 개선이 필요하여 들어오는 컴플레인이라면 반드시 수용해야 하고요!)
필라테스에는 다양한 움직임과 동작이 있다.
거기서 오는 즐거움을 알 때, 필라테스가 내 삶에 녹아든다.
제가 생각하는 필라테스의 즐거움이란, 필라테스가 힘든 운동임에도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발전하고 이 동작을 왜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동작에서 여러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죠.
저는 이러한 즐거움을 회원님들께 전달하는 것이 제 수업이 만들어지는 이유고, 제가 강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서 회원님들이 힘든 하루 끝에 운동했다는 뿌듯함과 에너지를 얻고 가시면 좋겠어요.
저는 언제나 제가 정한 수업의 목표와 기준을 잃지 않고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의 최선을 보이는 강사가 될 겁니다.
가끔은 오늘처럼 힘든 날도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컴플레인이 들어오더라도요, 중심을 잘 잡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많은 회원님들이 제 수업을 좋아해 주시는 그날까지 저는 더 발전하며 정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