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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24. 2024

헤이헤이 평정심을 유지하라구

우연히 너를 만나버렸다

그에게 DM을 보낸 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 울렁거리는 마음.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설렘을 언제 느꼈던 건지. 나 분명 연애를 했었는데 왜 이렇게 어색한 거니. 나 지금 첫 사랑 하니? 왜 이렇게 초짜처럼 굴어.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침대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언제 연락이 오려나 핸드폰을 봤다가. 일분일초가 너무 느리게 갔다. 우리 집 인터넷이 이상한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아니면 내 DM창이 먹통이거나!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모두가 내 DM에 빠르게 답을 해주었다. 그 남자만 빼고.


다시 이런 감정 느낄 있다니 인생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사실, 나는 다시 사랑이 하고 싶었다. 서로 조건을 재면서 내 몫을 챙기고 손해보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눈치를 보며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마음이 먼저 튀어나가 버리고 혼자 설렜다가 슬펐다가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사랑이 다시 하고 싶었다. 20대 초반에 있는 그런 불장난 같은 사랑.  상대방의 진심에 나도 마음을 던져 화답할 있는 불 같은 사랑이 다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남자의 답장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널뛰고 있는 것 같았다.


불같은 사랑을 꿈꾸는 나에게 다들 나이가 들면 다시는 그런 사랑을 없다고 했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찾지 않았다.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할 때 방해된다는 핑계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었다. 그런 나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건드려버린  이 남자. 나는 이 남자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제발.. 제발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내가 지쳐갈 즈음 그에게서 다시 답장이 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너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답장을 보고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와. 다행이다 너도 나를 또 보고 싶어 했구나. 정말 너무 행복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빠르게 다음 약속을 잡았다. 몇 시에 만날지, 어디서 볼 지, 너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우리의 연락은 띄엄띄엄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내 시간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하지? 무슨 옷을 입지? 단지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도 하루 종일 설레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나 혼자 짝사랑을 벌써 시작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회사에는 미리 다음날 반차를 쓰겠다고 통보까지 했다. 다음날을 걱정하지 않고 그와 최대한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 나는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그리고 대망의 날이 밝았다. 이제 몇 시간 뒤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설렘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빨리 가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지하철에 타고 그를 보러 갈 때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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