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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r 23. 2024

혹시 너를 만나러 가도 될까?

우연히 너를 만났다

 그날의 데이트 후 우리는 계속 연락을 이어갔다.

장거리에 대한 그의 물음에는 애매한 답을 했지만 사실 누가 봐도 이 남자에게 호감이 있는 나였다.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이 남자가 너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기에는 나는 겁이 많았다.삶이 너무 힘들어 도망치듯 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대명제에 아직 답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연락했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었다. 가끔은 밤에 영상통화를 했고, 매일같이 서로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계속 만나고 싶었다. 아니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멀리 살아서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지. 하지만 한국에 사는 너였다면 지금 내가 아는 이 모습이 아니었겠지.


인생에 답은 없다지만 어떤 선택이 맞는 건지 누가 나한테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우리의 이야기의 끝을 먼저 보고 와서 저한테 알려주시면 안 되냐고요!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매일이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그가 이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일상적인 데이트를 즐겼고 나는 남자를 집에 초대했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필름 카메라로 우리는 몇 장의 사진을 찍었고, 또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얼마 전 회사를 옮겼고,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 일에 적응을 하느라 아주 바빠질 것이라 이야기했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4월에 그만 둘 예정이고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을 그만두고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싶냐는 그의 말에 여행을 갈지도 모르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볼지도 모르고, 이대로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애매한 말을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이었다. 


한참을 그와 이야기하다 갑자기 우리에게 다음이 없다면 우리가 계속 연락을 하고,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를 또 만나고 싶은가?

아니 질문을 바꿔서 나는 너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괜찮을까?

나는 너를 붙잡지 않은 시간을 후회할까?


그의 얼굴을 한참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너를 또 만나지 못한다면,

오늘이 끝이라면,

나는 이 순간을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대뜸 물었다.

"혹시 내가 5월에 너를 만나러 호주에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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