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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l 18. 2024

초등학교 5학년, 이성에 눈을 뜨는 나이

바람피우고 환승하고 사랑 때문에 싸우는 5학년 아이들

초등학교 5학년은 본격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입니다. 예전에는 중2 정도는 되어야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해서 '중2병'이라고 불렀었죠?


하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영양 상태와 의료 발전, 위생 상태의 개선 등의 이유로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훨씬 빨라졌습니다. 신체적 성장 속도만 빨라진 것은 아닙니다. 양질의 교육 환경으로 아이들의 정신적 발달 속도 역시 빨라졌으며, 각종 SNS의 발달로 기존의 어른들이 향유하던 문화를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중2병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미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오춘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입니다.

사춘기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감정 기복 심화, 신체 변화, 또래 관계 우선 등 부모님을 속상하게 할 만한 변화들이 왕왕 일어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변화는 바로 이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입니다.


담임선생님은 부모님보다 이 변화를 보통 더 빨리 알아차립니다. 담임선생님은 교실에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교류를 하루종일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중학년까지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이 5학년이 되면 넌 남자니까, 여자니까 하면서 서로를 의식하고 따로 놀기 시작합니다. 사이가 안 좋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움직임도 같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여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거울 앞에 모여 얼굴을 들여다 보고, 꼬리빗을 가지고 다니며 앞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언니가 있거나 성숙한 친구들은 틴트를 바르기도 해요. 남자아이들은 괜히 관심 있는 여자애들 주변을 맴돌며 틱틱거리고 장난을 칩니다.


*TIP : 아이들 관리가 잘 되는 학군에서는 이 정도지만, 학군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상상초월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학군'편에서 다뤄드리겠습니다.


서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사건 사고가 끊일 리가 없겠죠. 이성 관계에 울고 웃는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게 연애 프로그램인지 초등학교 교실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5학년 아이들의 이성 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그리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대하고 교육해야 할까요. 제가 담임교사를 하며 겪었던 사건을 알려드리며 설명하겠습니다.



5학년 담임을 처음 맡은 해의 일입니다. 우리 반에서 예쁘고 착한 여자 아이와 잘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한 남자아이가 공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이들 입장에서만 그랬지 담임 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자아이는 엄청난 로맨티시스트로, 여자 아이에게 각종 선물과 편지를 수없이 바쳤습니다. 여자애 또한 남자애가 준 목걸이를 자랑하며 행복해했죠.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사귀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남자애가 옆반 예쁜 여자애와 바람이 나버렸어요. 남자애는 우리 반 여자애를 버리고 옆반 여자애에게 환승을 했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남자애는 헤어진 이유가 여자애에게 있다며 말도 안 되는 거짓 소문까지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아무 잘못 없었던 여자애는 결국 담임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기에 이르렀고... 남자애는 그 여자애가 자기네 커플을 질투하는 게 싫다며 자리도 떼어달라고 했다지요. 담임교사와의 기나긴 상담과 갈등 해결 끝에 그들의 연애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다행히 여자 아이는 오래지 않아 상처를 회복하고 공부에 집중하며 다음 학기를 보냈답니다. 남자아이요? 그 뒤에도 스펙터클한 연애를 이어가지 않았을까요.



이 사건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네, 어른 연애랑 똑같다 싶죠? 아이들의 연애도 어른의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바람피우고, 환승하고, 이별하고 - 이 모든 쓰라린 과정을 아이들도 짧게나마 모두 겪습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마냥 아무것도 모르지는 않습니다. 어른들의 연애만큼 복잡다단하지는 않지만 아이들도 자신들의 리그에서 나름의 사랑을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도 놀랍니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감정이 깊고, 한낱 장난에 불과한 감정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거든요.


다만, 아이들과 어른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아이들은 아직 감정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좋아하는 감정은 틀림없이 진실이지만 그것이 곧 성숙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아이들은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괴롭히고 협박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면 상대가 무조건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실제로 제가 가르쳤던 5학년 여학생은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밤마다 문자 폭탄을 보내 남학생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남학생은 일부러 저희 반 여학생이랑 사귄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아무도 그 애를 넘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6학년 남학생들이 저희 반 5학년 여학생이 예쁘다고 쫓아다니고 공개 고백을 했다가 여학생 부모님이 쫓아온 적도 있답니다. 상대가 느낄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내 감정만 강요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또 제가 말씀드린 사건에 나온 남학생처럼 사랑에 예의가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상대와 나눈 시간을 마무리하지 않고 다른 사랑을 찾아 환승을 하거나, 상대가 받을 상처는 신경 쓰지 않고 내 감정 따라 바람을 피우는 행위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사랑을 장난처럼, 심심풀이 놀이처럼 생각하도록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는 법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막을 수 없어요. 사랑은 막으면 막을수록 더 불타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심리적 저항'이라고 해요. 사람은 누군가 나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느끼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하고 싶어 집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사랑을 막을수록 아이들은 흡사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는 그저 아이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막을수록 아이들은 점점 더 숨어서 사랑을 하게 됩니다. 부모와 교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부모의 눈을 피해 놀이터 한 구석에서 성관계를 하거나, 코인 노래방에서 성관계를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뉴스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 맞습니다. 저만 해도 첫 발령지에서 중학생들과 성관계를 한다는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왕왕 들었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어요. 무슨 일이든 막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성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부모님 몰래 본 음란물에서 본 자극적인 이미지 밖에 없고,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무작정 안 된다고 막기만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에게 어떻게 사랑을 알려주어야 할까요?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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