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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서 김태림 Feb 03. 2021

당신의 Fun Fact (반전 매력)은 무엇인가요

고맙다 태권도야

요즘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수업과 각종 미팅에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야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조직이던 미국에서는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항상 나의 “ Fun Fact” (반전 매력)에 대해서 물어본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새로 입사하신 분들의 Fun fact를 정리해서 전 직원들에게 공지했으니 이 정도면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Fun fact는 소속이나 직위에서 벗어나 뭔가 “너”라는 개인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의외의 취미를 말하거나 자격증이 있다던가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고 역시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Fun Fact 라,  “태권도 공인 4단에 검은띠”. 일단 검은띠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미국애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어려 보이는 동양 여자애가 검은띠라니. 다행히 2021년 현재 미국에서 태권도의 인지도는 나름 높다. 다들 태권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늘 그래 왔듯이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이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뭔가 이렇게 말해야  fun fact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한국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김 씨라는 흔한 성 때문에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여기에 태권도까지 덧붙여지면 누군가 “나”를 생각했을 때 “나”와 한국 그리고 공인 4단 검은띠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이미지까지 덤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지만 태권도를 취미로 하시는 아빠 (공인 9단)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접하게 된 것은 맞다. 하지만 거창한 뜻을 갖고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90년대생으로서 나에게 있어서 태권도장은 도를 닦는 수련장이 아닌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 노는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사실 태권도를 제대로 “수련”한지는 꽤 오래됐다. 하지만 오히려 미국 생활을 하면서 태권도 덕을 정말 많이 봤다. 나에게 있어서 태권도는 무슨 운동을 하던 기초 체력이 되기도 했지만 뭔가 새로운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때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 때  미국에서 태권도 수업과 공연을  하면서 가졌던 자부심을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2010년, 고등학교 1학년 때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마리아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미국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지금보다 낮았지만, 그때도 웬만한 동네에는 태권도 도장이 하나씩 있었다. 당시 감사하게도 체육선생님은 fun fact로 말했던 태권도를 기억해주시고 수업시간에 태권도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와 동네 태권도 도장도 소개해 주셨다. 덕분에 좋은 관장님도 만나고, 검은띠 친구들과 함께 매주 운동할 수 있었다. 미국 대학교에서는 아예 태권도 수업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시간에 fun fact를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조교를 시켜주셨다.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고 일석이조였다. 이외에도 KSA(Korean Student Association)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K- tigers 동영상을 보면서 k-pop과 태권도를 결합시킨 안무를 만들었고, 격파, 쌍절곤 부분도 넣으면서 미국 주립대에서도 한국의 문화를 알렸다.  


“ 태권도 공인 4단” 어쩌면 한국에서는 흔한 자격증 중에 하나 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fun fact로 이 사실을 말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Fun Fact는 하나씩 있다. 누군가에게는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요즘 흔히 말하는 부캐 (평소의 내가 아닌 새로운 모습, 캐릭터를 뜻하는 말) 일 수도 있다. 처음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나를 쉽게 기억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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