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느끼고 싶어 걸어본 대전 수목원)
제53일 차 : 2016년 11월 08일 (화요일)
전날 한의원 원장님이 그런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날 찾아오시고
아니면 하루쯤 쉬어 가는 치료 방법으로 변경하는데 어혈을 풀어주는
탕약 또한 계속 복용하는 건 결코 좋은 건 아니니 필요할 시점이 되면 몸 상태를 봐가며 처방을 내려 주시겠단다.
그날은 깊은 잠을 못 들고 한밤중 깨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초록잎새에게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침을 놓아 그런지 지난밤은 부상 이후 제일 잘 잤다 하여 오늘은 쉬기로 했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 하기에 대전 수목원을 걷기로 한다.
예전 서원에서 동원까지 갔다 되돌아왔던 코스를 걸어보려 서쪽 끝지점 출입구를 찾아갔는데
웬일인지 문이 잠겼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할 수 없이 정문으로 이동하여 주차 후 수목원을 향해 걸었다.
동원과 서원으로 갈라지는 관리소...
직원이 그런다.
서원은 오늘 정비하는 날이라 출입 금지란다.
좀 짧아도 동원만 걸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찾아와 그런지 처음 찾아온 것처럼 낮설음이 오히려 좋다.
일단 제일 크게 돌 수 있게 솔바람 길에 들어선 우린
수많은 수종의 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오늘 날씨가 어제와 달리 많이 춥다.
털모자를 가져올걸 그랬다는 초록잎새가 추위를 느낄 정도다.
그래 그런지 좀 쉴 법도 한데 쉼터를 그냥 지나친다.
깊은 산중에 들지 않아도
몇 십 분 만에 찾아올 수 있는 도심 속의 정원은 기대 이상이다.
오히려 단풍 색깔은 더 곱다.
더듬대며 걷는 우리를 지나치는 노인들은 운동을 나오신 듯 걸음이 빠르다.
매일 이곳을 저렇게 걷는 분들 같다.
처음 찾아오시는 분들은 단풍이 너무 고와 그런지
우리의 걸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암석원 전망대를 지나처
좀 더 길게 걸어볼 욕심으로 메타쉐콰이 가로수길을 돌아 나와
전망대에 오르자
엑스포 방면의 높은 빌딩숲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시선을 반대로 돌리면 수변 산책길이 내려 보인다.
우린 이제 저 길을 걸어 내릴 참이다.
걷기 좋은 원목테크를 따라 걷는 수변 산책길은
조망이 기막히게 좋은 팔각정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팔각정 정자....
단둘이 앉아 간식으로 과일과 차 한잔을 마시며
한가로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다 다시 걸음을 옮긴 우리는
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초록잎새가 너무 피곤해하여 도중 발걸음을 돌렸다.
30여 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한 시간 넘게 걸려 산책을 끝냈다.
오늘 서원에서 동원까지 걸으려던 계획은 내 욕심였다.
계속된 운동으로 양쪽 허벅지에 알이 배겼다는 초록잎새가 그래도 잘 견뎌 준 오늘이다.
아직 계단길은 한발 한발 올리고 내려야 하는 불편한 다리라 체력이 허락하면 내일은 서원을 걸어 볼 참이다.
이날밤...
초록잎새는 다리보다 어깨와 팔목으로 통증이 심하게 몰려와 많이 힘들어했다.
덕지덕지 파스를 붙여 주는 것 외엔 내가 따로 해줄 게 없어 안타깝다.
오늘은 이곳 내일 저곳으로 통증이 옮겨 다니는 후유증이 언제쯤 좋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