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벳 메리설산 1편

(메리설산 가는 길에 들린 차마고도 호도협)

by Yong Ho Lee

산행지 : 동티벳 메리설산

산행일 : 2013년 5월 22일(수)~30일(목) 8박 9일

누구랑 : 구의클럽 화요 여성명산팀과 산찾사 일행


☞ 제1일 차 :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 ktx 대전역 15:50 ~ 서울역 16:54

- 공항철도 서울역 17:16 ~ 인천공항 18:10

- OZ 323편 인천공항 20:00 ~ 중국 성도공항 23:20


☞ 제2일 차 :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 성도호텔 05:10~ 성도공항 05:47

- CA 4451편 성도공항 07:10 ~ 여강공항 08:25

- 여강공항 09:05 ~ 리장시내 09:34착 (조식)

- 서울가든 10:15 ~ 10:40 (짐 줄이기 카고백 패킹)

- 차우토우 12:46 ~ 13:24 (중식)

- 차우토우~나시객잔~28 밴드 경유~ 차마객잔 18:00

(메리설산 위치도)


동.티벳의 깊숙한 오지를 향한 이끌림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척박한 환경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그네들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우리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다녀 올 수록 더 빠저 들게 만들던 동.티벳의 마력...

뜻밖에도 나에게 또다시 그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전 중앙 등산 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던 강 영일님이 맡고 있는

잠실 롯데 백화점 화요여성 명산팀만을 위한 맞춤 해외 트래킹의 계획과 진행을 부탁받는다.

오~! 예....

처음 우리 팀의 규모는 거창했으며 순조로웠고 하등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출발을 앞두고 스촨성의 지진과 함께 사쓰의 전염병이 중국 대륙을 휩쓴다.

그로 인해 그곳은 우리가 가게 될 지역과 무관함에도 줄줄이 캔슬을 놓는 회원들로 인해 최대의 위기 봉착.

어떡하나~?

강 회장님과 여러 번 상의 끝에 우린 여성 단일팀에

나의 산우들을 함류시킨 혼성팀으로 재 편성후 메리설산을 향한 장도에 나서기로 했다.

트래킹팀 해체 위기를 극복한 이런저런 사연을 뒤로하고

우야튼 간에 급조된 우리 팀은 인천공항에서의 반가운 만남을 시작으로 메리설산을 향한 장도에 든다.


이번 우리 일행에 합류한 광주의 시커먼스 남정네 3분이 포함된

13명을 실은 아시아나가 인천공항을 밀어내는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끝에 우린 늦은 밤 성도공항에 안착했다.

한밤의 중국 성도공항 대합실...

우릴 마중 나온 여행가님은 이곳 성도에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시는 여성으로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이곳의 여정을 부탁드렸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반가운 여행가(박정옥)님은 그러나

호텔을 잡아주고 이른 아침 성도 공항까지 우릴 데려다주는 것으로

임무 끝, 그리곤 곧바로 이별을 해야 했다.


이후부턴 40년 경력의 해외 트래킹 안내로 잔뼈가 굵은

강 회장님이 여강공항을 향한 국내선 수속을 밟기 시작했는데

글쎄 이게 웬일인가?

뜻밖에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권 좌석발권과 짐을 순차적으로 부치던 중 광주의 한분이 거부를 당한다.

순간 몇 년 전 세계 10대 오지 중 하나인 야딩을 가기 위해 이곳 국내선을 옮겨 타면서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여권의 영문 표기 성명 이니셜과 항공권의 스펠링이 틀려 그것을 수정해 겨우 탑승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이번엔 이상이 없는데도 그분은 안된단다.

딘장~!

짧은 영어와 보디랭귀지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급하게 여행가님과 리장의 제이에게 폰을 날려 항공사 여직원과

통화를 하게 한 후 알아본 결과 이분은 우리가 구입한 항공권 명단에서 빠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탑승시간은 지났고 이미 발차 20분 전의 급박한 시각.

급하게 달려가 항공권을 구입해 되돌아오니 여직원이 구내전화를 나에게 바꿔준다.

회선을 타고 들려오는 어눌한 항공사 여직원의 목소리가 빨리 빨리란 말만 외친다.

조급해지는 마음과 타들어가는 가슴.

아직 검색대를 통과 못한 우리 산우들의 짐이 산더미다.

모든 걸 강 회장님께 맡기고 일단 회원님과 먼저 탑승 게이트로 달려 가 기다리기로 했는데.

회장님이 폰으로 급하게 광주회원 3분을 찾는다.

붙이는 화물에 문제가 있덴다.


흐이구~!!!

그런데 그분들 그 와중에 화장실에 갔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우선 회원님들을 탑승 게이트로 먼저 보내놓고 기다리는데 회장님이 모습을 보인다.

여행사 TC고 인솔자니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그분들의 짐을 풀어 문제가 된 라이터와 가스 등등....

문제가 된 물건들을 내주고 검색대를 통과시켰단다.

나중에야 알아보니 그분들은 해외여행의 경험이 별로 없어 그런 규정을 잘 몰랐단다.

역시 산전수전 다 겪어보신 회장님 덕분에 우리 팀은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는데

순간 긴장이 풀려 그런지 나는 온몸에 힘이 쏙 빠저 나가 흐느적 거린다.

솔직히....

기내의 좌석에 앉았을 때까지 난 그야말로 멘붕의 상태였다.


항공기가 우리 때문에 많이 늦었다.

어째 이런 일이 생겼나 알아보니 항공권을 구입한 랜드사 여직원의 실수였다.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엔 우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항공권 발권 이후 캔슬되는 인원의 발권을 취소하다 착오가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성도 공항과 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듯 올 때마다 진행에 차질이 생기며 삐걱거린다.

어짜튼 간에 겪고 나면 이런 일은 두고두고 회상하게 되는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

다만....

그때만 괴롭고 힘들 뿐.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닥치면 다 해결이 되고 빠저나 갈 묘안이 생기니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멘붕의 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제이다.

여강공항에서 후배는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 주겠지?

개구쟁이처럼 순진무구한 어린 소년 같다가 때로는 맏형같이 든든하여 한없이 기대고 싶은 게 제이다.

리장에서 프리랜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제이는 능력을 겸비한 성실함으로 이미 이곳의 유명 인사다.

그와는 벌써 3번째의 트래킹이라 나는 이번에도 모든 일정을 그에게 일임했다.


제이란 인물을 여기서 잠깐 소개하면...

서양 여성 최초로 험준한 차마고도의 길을 따라서 1923년 티벳의 수도

라싸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다비드 넬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서 2009.12.21~ 2010.1.29일까지

중국 운남 리장의 누강을 출발해 티벳 라사까지 약 1400킬로를 27일간 홀로 비박을 하며

추위와 외로움을 견딘끝에 끝내는 라사 진입에 성공 후 그곳의 13군데 사원 순례에

성공한 세계 2번째의 인물이 바로 아래 사진의 주인공 제이님이 되시겠다.

그런데 이 친구...

자기가 걸었던 차마고도의 옛길을 (살빼고도)로 개명하겠단다.

출발할 때의 모습과 도착 후의 아래 사진을 비교하면 그럴 만도 하다.

40일 만에 무려 몸무게가 15킬로나 빠졌다.

흐미~!!!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가 제이를 택한 건

진솔한 그의 삶과 생활 그리고 넓고 깊은 마음의 바다에 포옥 빠진 탓이 클 거다.

제이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 티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지가 좋아하는 일이라 신명도 나겠지만

때론 형편없는 사람도 만나게 되는 게 가이드인데

그는 누구에게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우선 남다르다.

사실 어떤 놈들은 이런 곳에 손님들이 오면

"인생 모 이쓰~!"

"그냥 마시며 놀고 즐기는 게 인생여~!"

요로코롬 꼬실려서 술을 진탕 먹여놓고 고산병으로 시달리면

니들은 능력이 안돼 그런 거고 내 책임이 아니다란 명분으로 투어를 끝내곤 돈만 챙긴다.

그럼 우리의 제이는?

눈에 불을 켜고 酒님을 섬기는 자들을 섬멸하는 악마로 변신한다.

그러나..

투어 마지막 날엔 자기 돈으로 酒님을 향한

돈독한 信心을 맘껏 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그다.

(리장 출발 전 제이의 모습)

(트래킹 완주 후 15kg이 빠진 제이 모습)


연착하여 도착한 여강공항...

순조롭게 수속을 끝내고 대합실로 들어서자

환하게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는 제이를 보자 그간의 긴장이 풀리며 내 마음엔 평화가 찾아든다.

히유~!!!

이제부턴 저 듬직한 제이만 믿고 쭐레 쭐레 따라다니면 만사 o.k 바리~


우리를 맞아준 제이...

처음 계획된 일정에서 급 수정을 하시겠단다.

그가 차우토우로 출발하면서 일정을 변경한 건 우리들의 복장과 짐 때문였다.

사실 그랬다.

메리설산 오지 트래킹을 소화하기엔 우리 일행들이 가저온 어마 어마한(?) 짐 보따리가 부담백배.

짐을 풀어놓으니 어느 분은 설산이라고 아이젠에 동계용 침낭까지 나온다.

하긴...

내 경우도 거지콘셉트로 다닐 거라며 다 꺼내어

놓으면 울 마눌님은 도로 집어넣어 챙기며 하시는 말씀인즉

"그래도 없어 고생하는 것보단 훨씬 나아~"

ㅋㅋㅋㅋ

그래서...

정말 필요한 짐만 새로 꾸리는 작업을 제이가 운영하는

서울가든 마당에서 하기로 했으며 그전에 우선 우린 주린배를 이곳

리장의 월남 쌀국수로 채우기로 했는데 다들 그 맛과 질에 대만족을 하셨다.

특히 강 회장님..

국물이 끝내주니 酒님을 모시고 싶다나 뭐라나~?

으29~!!!

그래서 드셨다고요~?

우리의 귀여븐 악마 제이를 가볍게 제압하여 기고만장하시던 기세와 달리

그래도 고산에 대한 두려움이 회장님에게도 있었나 보다.

딱 두 잔으로 끝 내셨다.


필요한 짐만 패킹한 가방을 차에 나눠 싣고

나머지는 제이의 점빵에다 맡긴 뒤 우린 예정된 시각을 넘겨 차마고도 호도협을 향했다.


(차마고도 호도협 개념도)

리장을 떠난 지 얼마 후...

제이가 차를 세운다.

그런 후.

제이는 길가의 노점상 아줌마를 상대로 과일을 흥정하여 우리에게 엥기시는데...


메뉴는 딸기와 오디.

노지 딸기라 그런지 당도가 높아 달콤하다.

그러나...

오디는 양반네가 먹기엔 체신머리가 떨어지는 과일이다.

달콤하여 자꾸 당기기는 하는데 손가락은 물론 입술과 이빨이 온통 시커먼스로 변한다.

오디란 과일은 순식간에 우리 모두를 영구 없다~로 변신시켜 버렸다.

ㅋㅋㅋㅋ

드디어 도착한 차마고도 들머리 차우토우.

좀 이른 시각이나 점심을 드셔줘야겠다는 제이의 요구를 우린 흔쾌히 받아 드린다.

안 먹는다면 굶길지도 모르니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게 상수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이럴 경우엔 대개 식어빠진 도시락이 안 봐도

뻔한 스토리인 지라 이른 점심이 그래도 좀 낫다.

다행히 현지 음식이 다 그렇겠지만 특별 부탁한 제이의 요구로

향신료가 빠진 반찬이 그런대로 먹을만하여 다들 맛나게 배를 불렸다.

이후...

우린 본격적인 차마고도 호도협 탐방에 드시게 됐는데...


강 회장님이 선두를 난 후미를 맡아 진행하기로 한다.

차마고도 호도협...

세계 3대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인 만큼

빼어난 경관은 들어서자마자 환희에 들뜬 산우님들의 환호와 탄성이 그걸 증명해 준다.


차마고도 옛길은 산업화에 밀려

길이 뚫리고 넓혀지게 되어 그 자취를 잃었는데

이곳만큼은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의 험한 산세 덕에 옛길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관계로 세계의 모든 트래커들이 한 번은 반드시 밟고 싶어 하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우리가 걷고 있는 산기슭은

합파설산의 맨 아래 끝자락의 능선길이다.

걷는 내내 마주 보이는 설산이 바로 옥룡설산이 되시겠다.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옥룡설산은 해발 5,596m, 길이 35km 너비 12km이다.

13개의 봉오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고봉은 산쯔더우 扇子陡(선자두)이다.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옥룡설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합파설산과 옥룡설산 사이의 협곡 호도협은 먼 옛날부터 차마고도의 일부였다.


실크로드보도 더 오래된

차와 말의 교역로 차마고도는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과 쓰촨성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5,000킬로의 험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시솽반도에서 푸얼스를 지나 따리, 리장, 상그릴라를 거처 라싸까지 이르는 구간 중에서

호랑이가 건너 다닌 협곡이란 뜻의 호도협은 강의 상류와 하류 낙차가

170m에 이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의 하나다..

오늘은 물론 내일까지 걷는 내내 우린 그 협곡을 내려보며 걷게 된다.


갈수록 험해지는 등로에 비례하여 풍광은 더 아름다워진다.

옥룡 낭자의 아름다운 나신이 구름에 살짝 가려 그 신비로움이 더 하다.

오늘 저 눈부신 옥룡 낭자의 나신을 한 번쯤 볼 수나 있을는지?

그러나...

다 보여주지 않아도 난 좋다.

홀라당 벗은 나신보다 애간장 태우는 보여줄 듯 말듯이 더 아름답기에....


나시객잔을 앞두고 산 모롱이를 돌아 나갈 때 이곳의 원주민을 만났다.

산비탈을 일궈 만든 다락밭에서 수확한 밀을 지고 내려오시던 중이다.

우릴 보시곤 아주 수줍은 미소를 띠운다.

순간...

가슴이 짠~ 해저 온다.

무의식적으로 디카를 디밀어 그 모습을 담는 나의 행위가 왠지 죄스럽단 생각이 든다.

도시의 치졸함과 무례 그리고 혐오에 질려버린 그런 삶이 역겨워 도피처럼 찾아든 외국의 오지에서

난 바람도 아닌 것에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나 자신의 실체가 과연 무얼까를 잠시 생각했다.

순박한 저분의 미소가 왜 저리도 평화롭던지....


나시객잔에 도착했다.

예전 찾았을 때와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의 나시객잔 풍광이다.

마치 조화 같던 화려함이 믿기지 않아 끝내 확인차 만져보았던 저 꽃들과...


장식처럼 매달아 놓은 옥수수자루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제이는 나에게 향기로운 차를 대접했었다.

그 향을 느끼고 싶으나 뭔지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그냥 추억만 떠올려 보다 객잔을 뒤로한다.


나시 객잔을 뒤로하며 걷는 산길...

실~실~ 등로가 가팔라진다.

이젠 본격적인 28 밴드가 시작되려나 보다.

그렇게 걷다 보니 뒤에 처진 두 여성분이 생겼다.

그분들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이라 욕심이 대단하다.

사실 등산과 사진을 함께 하려면 체력이 남들보다 더 좋아야 가능하다.

욕심껏 좋은 장면을 찍다 보면 앞사람과의 거리가 많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럴 경우 잽싸게 따라붙지 못하면 전체 진행에 많은 차질을 주는 민폐를 끼치게 돼 있다.

역시 두 여성분...

많이 뒤처저 걷는데 사진 욕심만큼 비례한 저질체력의 소유자라 일행과 많이 처진다.

그래도 다그칠 수 없어 처음엔 같이 걸어보려 했는데 사실 많이 답답하다.

그러다 드는 생각....

여긴 후미대장이 필요 없다.

뒤따라 오는 마부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준다.


대게 마부들은 28 밴드 앞에서 되돌아간다.

그래서 모든 일행들을 올려 보내고 나 홀로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얼어려~?

두 분이 말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계속 뒤따라 올라오던 마부들이 허탕 치면 불쌍해 어쩌나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했는데 너 좋고 나도 좋아 정말 다행이다.

ㅋㅋㅋ

28 밴드의 힘겨움은

외국의 트래커라고 비켜 가지는 않는가 보다.

헥~!

헉~

헥~!

글래머의 외국여성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올라서다

내 옆에 서더니 다리 쉼을 하며 아름다운 풍광에 빠진다.

어디서 왔나 물어보니 홀랜드에서 왔단다.

난 코리아에서 왔고 히딩크 최고라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주니 좋아 디진다.

이곳은 유럽의 트래커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대게가 쌍쌍이다.

이들은 10개월 부지런히 일하고 두 달은 세계 여행을 다닌다니 그네들의 삶이 부럽다.

드디어...

다들 그렇게 말하는 마의 28 밴드를 넘는다.

사실 힘 좋은 산꾼들에겐 싱겁게 정복되는 고갯마루지만...


이젠 내려서기만 하면 오늘의 보금자리 차마 객잔에 닿게 된다.

차마 객잔이 내려 보이는 조망처에서 후미를 기다렸다.

마부는 28 밴드를 넘긴 후 되돌아가게 돼 있다.

역시...

말에서 내린 두 분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풍광보다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빠저 허우적 대고 있다.


차마객잔에 도착해선 전망 좋은 이층엔 감성이

풍부한 여성분들께 아래층은 남정네들이 쓰는 것으로 정리했다.

뜨거운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샤워로 몸을 정갈히 한 후 우린 식당으로 모였다.

그리고는 밤이 이슥해지도록 다 함께 파티를 했다.


이날은 오골계 백숙에 감자전이 함께 하고

다음 산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酒님을 함께 모셨다.

지난밤 어떻게 잠들었는지?

새벽을 깨운 건 깊은 산중의 청아한 새소리가 아닌 강 회장님의 시끌벅적 목소리였다.

"아이고야~!"

"그만들 자고 일어나 봐 바~!"

"운무가 끝내 줘~!"

그 소리에 부리나케 옷을 주워 입고 이층 베란다로 올라갔다.

언제부터였나?

부지런한 두 분의 예술가는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해 놓고

대포동급 미사일을 장착한 디카로 사정없이 옥룡설산을 향해 무차별 샷을 날리는 중이다.



이른 새벽 옥룡설산을 감아도는 운무가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쇼를 벌인다.

그 광경이 신비롭다.

자리를 옮겨 차마객잔의 옥상에 올라서자

화요 여성명산의 회장님이 슬리퍼를 신고 나와 넋을 놓고 보고 계신다.

그러다 나를 보시더니 대뜸 하신 말씀이.

"아이구 산찾사님 너무 고마워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지난밤엔 달빛이 너무 좋아 자는 것도 아까워 글쎄 잠도 못 들었다오~!"


차마객잔의 아침풍광은 황홀했다.

떠날 시간이 다 되어 모인 식당에선 오골계

닭죽이 길 떠나는 나그네의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이젠 본격적으로 내 마음속 상그릴라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실...

이곳 호도협 트래킹의 목적은

메리설산을 가기 위한 고산 적응훈련으로 택한 코스였다.

떠나기 전엔 의례행사로 단체사진을 남겨야 한다기에 죄다 모여 놨드만 왠지 허전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뒤늦게 내려오던 그분의 모습도 담겼으니 13명 단체사진은 완성된 거다.

ㅋㅋㅋ


차마객잔을 빠저 나온 우리 팀이 한가로운 산골 마을을 벗어나자.


부지런한 소들도 출근을 한다.


이른 아침 산속의 공기가 맑다.

숲 속에서 내려부는 바람엔 향기로운 숲향기가 잔뜩 실려있어 기분 또한 상쾌하다.


걷는 내내 환상적인 그림들이 펼쳐진다.

당연...

걷는 걸음들이 느려진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부지런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른 새벽...

아직 어린 티가 폴~폴~ 풍기는 새댁이 밭을 일구고 있다.

그 한편엔 어린 남매가 놀고 있고.

한때 예전 우리 엄니들도 모두 저렇게 살았었다.

둥구나무 그늘 아래에다 멀리 가지 마라 퍼대기로 애를 묶어놓고

밭을 매던 엄니가 일을 끝내고 돌아와 보면 애는 자기 혼자 똥오줌 싸질러 놓고 손으론

흙을 퍼 먹으면서 엄마를 보자 빙그레 웃어주던 순둥이가 바로 우리 큰딸였노라고

그렇게 우리 딸은 순둥이였다고 우리 장모님은 말씀하셨었다.

그 딸인 초록잎새가 아가들을 보더니 그냥 지날 칠 수 없었나 보다.

귀찮게 나를 채근한다.

어서 배낭을 풀어 사탕이라도 찾아보란다.



집히는 대로 주고 돌아오니 어째 그리 인색하게 주고 왔다며

마눌님 초록잎새의 눈꼬리가 또 올라간다.

딘장~!

사실 사탕 봉지는 또 다른 배낭에 실려 제이의 차에 실려 먼저 보낸걸 나 보구 우쩌라구~!!!


차마객잔을 지나 첫 갈림길...

제이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길을 안내한다.

그러며 하는 부탁이 중도객잔 전에 주석광산으로 내려서는 임도를 따라 내려와 주십사 한다.

페리라이스까지 가야 하는 오늘 여정이 너무 고되고 멀어서 티나객잔까지는 무리라며.


갈수록 이어지는 절경에 다들

감동~!

감탄~!




저게 무슨 바위~?

잘난 척하려는데 다들 눈썰미가 좋아 한번에 알아맞힌다.


중도 객잔을 코앞에 두고 직진의 갈림길에서

우린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떨쳐내며 꼬부랑길을 따라 내려서기 시작했는데..


이길로 내려서는 건 나도 처음이다.

그런데...

의외로 환상이다.

사실 내리막길의 시멘트 도로가 트래커한테는 쥐약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길도 정말로 정겹고 고맙고 소중한 길이 되어준 친근함으로 다가선다.


이후...

첫날 들리려다 시간상 못 들린 상호도협으로 향한다.

로우패스로 신나게 달려 도착한 상호도협.

굉음과 함께 솟구치던 물보라를 연상했던 나는 좀 실망스러운 풍광였다.

예전과 달리 수량이 많이 줄어든 강줄기라 감흥이 많이 떨어진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다.

그래 그런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호랑이 한 마리가 낼름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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