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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Sep 03.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1편

(지구의 땅끝을 향한  머나먼 여정)


(남미 배낭여행 1.2일 차)

어느 날 : 2023년 3월 05일 (토)~06일(일)

누구랑 : 산찾사 & 오 석민님


(이동경로)

-  대전 13:00발 리무진 버스 ~ 인천공항 2 터미널 15:40착

-  인천공항 KE5035편 18:30발 ~ 애틀랜타 05:15착(현지시각)

-  애틀랜타  KE7281 환승 ~ 부에노스 아레아스 09:15착

-  부에노스 아레아스  국제선에서 국내선 공항까지 택시 이동

-  부에노 아레아스 국내선 AR1892편 13:50발

-  우수아이야 17:10 도착 후 택시로 숙소까지 이동


모든 트래커의 최종 목적지는 남미라고 한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이곳은 버켓리스트 0순위였다.

그게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누구나 꿈꾸는 건 자유다.

그런데...

그간 내가 살아오며 항상 그래 왔듯이 

어쩌면 허망해 보일 수도 있었던 그곳을 향한 꿈은 

어느 해 여행지에서 우연히 스치듯 지났던 인연이 이어지며 거짓말처럼 이루어졌다.


오 석민 씨....

그는 오래전 외국의 여행지에서 스치듯 지날 때 

내가 담아 준 몆 장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나와 갑장인 산우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함께 배낭여행을 갈 수 있냐란 제안을 해 왔다.

그것도 내가 그토록 원하던 남미의 파타고니아 트래킹이다.

나는 w트레일을 원했는데 그는 스케일이 더 큰 w트레일을 포함한 o서킷  트레일였다.


꼬렉~?

와우~!

산찾사 그 순간 좋아 디진다.


뭐든 내일은 없는 법....

그러니 쥐뿔도 없는 놈이 비용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무조건 콜~을 외쳤다. 

더구나 이번엔 배낭여행의 고수인 그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까지 하는 

수고로움을 대신할 테니 나는 그야말로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올려놓으면 만사 o.k 아닌가?

ㅋㅋㅋ

그는 정말로 그렇게 진행시켰다.

진행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남미의 항공사에서 

지들 멋대로 항공편을 취소시켜 일정이 뒤죽박죽 되는 상황임에도 

그는 일처리를 아주 매끄럽게 수습했으며 결코 적지 않는 나이를 감안해 

전 일정 백패킹을 산장 숙식으로 변경하며 아주 미안스러워했지만 사실 뜻하지 않게 

일정을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했던 내겐 사실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휴~!

항공 스케줄이 변경된 탓에 산장 예약 기간에 맞추다 보니 일정이 처음보다 더 타이트하게 짜인다. 

그 덕분에 사실 몸은 무지하게 고생했으나 우린 더 많이 걷고 보며 즐긴 여정이 되었다.  


드디어 D데이...

대전을 출발한 나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석민 씨를 만나 출국 수속을 끝냈다.

이젠 본격적인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번엔 설렘보다 걱정이 덜컥 앞선다.

떠나기 전 그렇게 조신하게 근신하며 조심을 했지만

으이구~!!

솔직히 그때 출발 일주일을 앞두고 덜컥 걸려버린 목감기의 꼬리를 끊지 못해 몸상태가 최악였다.

그렇다 한들 내겐 전천후의 몸뚱이와 악바리 근성이 아직도 건재하다.

그러니 이 까이것 쯤은 뭐~!!!

ㅋㅋㅋ

그런데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뭐지?



얼마 후...

인천공항을 힘차게 밀어내기 시작한 기체가 

어느새 서해바다에 길게 누운 장봉도를 스쳐 지나고 있다.



좌석 앞자리의 모니터엔 도착지가 어마 무시한 11,508Km를 표기하고 있다.

헐~!

멀긴 멀구나.

그렇거나 말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난 서너 편을 

때려주면 될 테고 그것도 안되면 酒님의 은총을 흠뻑 받음 될 일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가 난 체질적으로 맥주 한 캔이면 족한 효율 극대화의 몸이다.

그래서 한때는 정말로 힘들어 이참에 아예 양주로 조져 주고 실신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나 만약 그러면 석민 씨가 기절초풍할 것 같아 참아 주기로....

ㅋㅋㅋ



우야튼...

13시간을 거뜬하게 견뎌낸 난 

까탈스럽기로 소문이 자자한 미합중국의 입국 심사장에 섰다.

얼마 후..

심사관이 대충 몇 마디를 물어본다.

그가 뭐라 물어보든 난 내 목적지를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 콩글리쉬로~

"아임 고잉 투 칠레  트래킹 인 파타고니아"

우이씨~!

안 먹히는 겨~?

이 넘은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계속 물어본다.

이럴 땐 우짠댜~!!!

순간 난 곧바로 핸드폰의 구글 번역기 웹을 작동시켜 그에게 디밀었다.

그러자 욘석이 뻘쭘하게 나를 처다 보기에 아주 밝은 모습으로 생글생글 웃어주자

오잉~!

먹힌다.

씩 미소를 짓던 그가 내게 그냥 나가라 손짓한다.

ㅋㅋㅋ

내가 배움이 부족하야 다소 무식한 죄로 좀 늦게 나온 바람에 석민 씨의 발걸음이 순간 분주하다.

우린 이제 애틀랜타에서 아르헨티나행 KE7281편으로 트랜짓을 해야 하는데

도착한 비행 편이 연착되는 바람에 시간이 별로 여유롭지 못한 탓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휴~!

아래 사진에서 보 듯 전광판의 수많은 

항공편에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게이트를 찾는 것도 한나절이다.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여차저차해서 

우린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하여 또다시 한국서 미국을 

건너온 시간만큼 옹색한 이코노미석에 짐짝처럼 몸을 구겨 넣고 견디다 보니 오긴 왔는데

그 대신 몸은 파김치가 다 되어 부럿따.



우짜거나 공항에 도착해 짐찾고 겨우겨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합실로 나오자 석민 씨는 지금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단 뭐라도 순대를 

채우자 하여 우린 맥도널드 햄버거와 궁합이 잘 맞는 콜라와 함께 한 끼 식사를 대신했다.

그런데...

하늘만 빼꼼한 충청도 시골 촌놈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하게 양식으로 매끼 식사를 시작한 건 지금부터였던 것 같다.

다행히 난 빵을 좋아한 탓에 별 거부감이 없었는데 나중엔 석민 씨가 놀라 자빠질 

만큼이나 그걸 즐겨했으니 나는 이미 남미 여행엔 최적화된 체질였슴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젠 또다시 이동이다.

이제부턴 페소화를 써야 하니 곧바로 공항에서 환전을 한 후



공항을 나서자

어휴~!

순간 화끈한 더운 열기가 훅~ 끼친다.



우린 곧바로 택시로 국제선에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국제선에서 국내선까진 44Km의 거리로 졸라게 멀다.

이때 지불한 택시요금이 60달러....



부에노 아이레스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끝내고 나자

얼러려~?

 AR1892편 12:20발 우수아이아 항공편이 30여분 연발한다.

그런데 여기선 이 정도는 정시라나 뭐라나?



우린 늦은 만큼 기다렸다 셔틀버스로 이동해 기내 탑승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아~!

내려쬐는 태양빛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바늘로 콕콕 쑤시듯 따가운데 왜 그리들 느릿느릿 올라타는지?

기다리는 동안 내 몸뚱인 반숙이 다 되었다.



아휴~!

그런데 이건 또 뭔 일이랴~?

막상 기내에 들어와 착석하고 보니 에어컨이 고장 나 찜질방 수준이다.

그건 그렇고...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이 흘러내리건만 

이곳 기내에 착석한 인간들 모두가 참을성 하난 정말로 끝내준다.

누구 하나 항의 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울 나라 같음 아마도 벌써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닐 정도로 항의가 빗발쳤을 텐데 다들 생글생글 웃으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겉옷을 벗은 채 러닝셔츠 차림의 나만 울그락 불그락....

금세 상의가 후줄근하게 젖고 나서야 비행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공을 날아올랐다.



우수아이야 까진 대략 3:30이 소요된다.

이제 우리에게 그 정돈 그야말로 껌 수준이다.

그래 그런지 아니 벌써~? 

기내식으로 나온 견과류 한 봉지랑 콜라 한잔을 마시고 나니 비행기는 우수아이야의 상공을 날고 있다.

얼마 후 부드럽게 우수아이야 공항에 기체가 착륙하자 승객들이 또 나를 놀라게 하고 있다.

왜 그런진 몰라도 이들은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얘들 왜 이래?



멀고 먼 여정였다.

내 나라와 반대편인 지구 끝 우수아이야...

공항에 내려서자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달리 공기부터 차갑다.



우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항의 택시에 지친 몸을 실었다.



그런 후 찾아든 예약된 호텔에 여장을 푼다.

객실은 넓고 깔끔했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라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선 우린



이슬비 내리는 도심을 걸어 들어가 식당을 찾아든다.




석민 씨가 미리 알아봐 둔 맛집에 도착하자

헐~!

줄이 길게 서있다.

우수아이야의 최고 맛집 킹크랩은 그래서 패스~

그보다 좀 덜 유명한 그 옆집의 킹크랩 음식점에 들어섰는데

얘네들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주문받을 생각도 않고 주문을 하고 기다려도 언제 나올지 

감감무소식이라 취소시키고 다른 음식점을 찾아든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성향이 다 그런가 보다.

새로 찾아든 식당 역시 종업원은 아주 느긋하다.

우린 배 고파 죽겠는데 얘네들은 급할 게 없다.



다행히 그래도 성질 폭발직전에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왔다.

맛~?

배 고픈데 뭐든 안 맛있을까...

덕분에 거~하게 아주 잘 드셨다.

그것도 한국에선 아주 귀한 쇠고기 스테이크로...



숙소로 향한 길...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가 아름답다.

처음 공항에 내렸을 땐 아주 작은 소읍으로 그다지 볼거리도 매력도 없다 생각했는데~! 



내리던 비가 그치자 바람이 분다.

그러자...

옷깃을 여미게 한 찬공기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머나먼 여정의 끝자락에 찾아든 지구 땅끝의 숙소에서 이날밤 우린 그야말로 시체처럼 쓸어져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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