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망가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망가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비참하게 얻어냈던 월급 10만 원 인상.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근로계약서는 형식적이고 요식적이라는 행위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오르지 않은 내 월급. 그렇게 비참하게 월급 인상을 물어보고, 확인하였지만 결국 똑같이 제자리 월급이라는 상황이라는 것에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다.
차라리 변명이라도 들었으면, 사정이 어렵다. 올려줄 수가 없다.라고 말했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폭언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회사에 기여한 게 없다느니, 이 딴말이라도 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저 무응답과 직인이 찍히고 나의 싸인만을 기다리는 근로계약서를 집어 들고, 혼자서 분을 삭였다.
결국 짖어야지 되는 것인가. 온전히 내가 해온 일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주길 기대하는 것은 내가 너무 세상을 아름답게 봐온 것일까.
결국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바뀔 줄 알았던 나의 타이틀은 바뀌지 않았다.
세후 190 인간에서 세후 200 인간으로 변할 줄 알았지만, 나는 그대로다.
변화가 두렵고, 도전이 두려운 나에게 내려지는 형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정말 알에서 깨어나야 하는 것인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몸을 던진다. 하다못해 아침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비집고 들어가서 탄다.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다.
나태하게 산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 자신이 한없이 나태해 보인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인맥도 근본도 없는 똥개출신으로 살고 있고, 똥개 주제에 짖지도 않으니 이런 취급을 받고 사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미친개처럼 당장이라도 물어버릴 것처럼 짖어야 할까.
차라리 도축을 당할지언정 말이다.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