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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토끼 Nov 10. 2020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당신의 언어는 안녕하십니까?

성차별 소지가 있는 일상언어에 대한 고찰

친가갔다가 외가가자!”

”아저씨 혼자 유모차 끌고있네?!“

”나는 여중, 여고 나왔잖아.“

”이번 입학식은 학부형을 모셔서 진행하려고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쓰던 단어들이 성차별적인 언어라는 것을 자각하는가?


친가의 친은 한자 ‘친할 친(親)’을 쓰는 반면 외가의 외는 ‘바깥 외(外)’로 어머니의 본가를 아버지 본가보다 거리감있게 표현하고 있다. 유모차 또한 모(母)만 사용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었다. 남자학교에 대해서는 남자중학교, 남자고등학교라는 표현이 없지만 여자중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직원, 여교사,여군과 같이 직업에까지 여성임을 드러내는 용어가 따로있다. 이밖에도 우리는 주부, 집사람, 맘카페 등 여러 성차별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지배한다.’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우리의 선택과 생각을 좌지우지 할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에드워드 사피어(1929, 언어 p207) 또한 ‘현실 세계는 상당한 정도로 그 집단의 언어습관의 기반 위에 형성이 된다. ... 우리의 공동체의 언어습관이 해석에 대한 어떤 선택의 경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처럼 주로 보고 듣고 아니면 경험을 한다.’


그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한편, 우리 사회를 ‘반영’하기에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자각하고 바꿔나가는 일은 성평등 사회로 가는데 중요한 발판인 것이다. 그렇기에 친가나 외가는 ‘아버지의 본가, 어머니의 본가’로, 유모차는 유아차로, 여자중학교는 중학교로, 학부형은 ‘부모님 또는 보호자’로 대체하여 성평등 언어를 사용하자. 


“여자는 예뻐야 되, 수술도 많이 하던데?“

필자는 웬만해서는 어머니의 본가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성차별적인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이모부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불평등과 성차별을 직면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성차별적 언어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면모를 반영하는 것이다. 익히 말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은 심각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2016년 기준 100점 만점에 25점을 받아 2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4년 연속 꼴지로, 성불평등이 심하기로 유명한 일본,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자인 터키보다 낮은 순위라는 것은 정말 충격이다. 


*그밖에도 성평등 관련된 연구를 광주여성재단에서 볼 수 있다 www.gjwf.or.kr 



한편으로는 내가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에 대한 답은 뽀족하지 않지만, 지금으로는 먼저 무엇이 성불평등인지 현재를 ‘자각’하는 것이다. 어떤 남성은 혹은 여성은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서 이게 차별인지 아닌지 모르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부터 남성도 ‘남자가 뭐 그런 걸로 울어? 남자가 그정도도 못해?’라며 성적인 고정관념 속에 자라왔다. 우리가 현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쓰거나 주변사람들과 성차별을 받았던 경험,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다음엔 ‘여자는 예뻐야한다’는 이모부의 말에 ‘에이, 그런게 어딧어요~ 각자 자기 개성이 있는거죠!’ 라고 능청을 떨어봐야겠다.


단어 하나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 행동과 말을 의식하고 표현하고 바꿔나가려는 의지를 실현해나간다면 젠더감수성이 증진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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