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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달콤함 ‘Wonka’

멋진 티모시샬라메 보다 움파룸파

by 유랑행성

하늘을 날게 하는 초콜릿과 필기체의 멋진 'Wonka'로고 포장지를 보며 진짜 초콜릿을 먹으며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뮤지컬인 듯 아닌 듯, 동화인 듯 아닌 듯 온갖 색감으로 화려하게 표현된 공간이 나의 마음도 화사하게 만드는 듯하다.


영화 Wonka는 티모시샬라메의 아름다운 옆모습 실루엣과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의 길쭉한 휴그랜트의 움파룸파역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영화 '패딩턴'의 익살스러움과 따뜻한 감성이 이어지는 폴킹 감독의 작품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휴그랜트, 샐리호킨스가 반가웠다.

감독마다 선호하는 배우들이 있어 뭔가 그룹을 이뤄 만들어지는 작품은 나름의 공통점과 취향이 생기는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원픽은 'Peddington 2'이지만 항상 쟁여두는 아이템, 초콜릿의 찬사로 가득한 'Wonka'도 즐거운 영화였다.


가볍고, 화려하고, 달콤한 뮤지컬 영화를 보고 내가 친구들과 나눈 화제는 다름 아닌 휴그랜트였다.

중엄한 영국남자, 멀끔한 미남의 이미지를 고수할 것 같던 휴그랜트가 악당, 우스꽝스러운 이웃집 할아버지,

게다가 비율도 맞지 않는 움파룸파로 분한 것이 정말 신선했다. 예상치 못한 이미지 변신으로 재미있었다는 단순한 평을 넘어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안주하지 않는 배우의 모습, 나이 듦에 대해 스스로 유머롭게 대처하는 그의 여유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난 늙어간다는 사실에 전혀 가볍고, 편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겉모습이 변해가는 것에 대해, 예전엔 외모와 내면이 함께 변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사실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고 어느 순간까지는 그게 맞았던 것 같다. 신체가 커 가고 얼굴이 변하는 만큼 내적인 성장이나 변화도 있고 스스로 시간의 흐름을 쉽게 인지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인지하는 내 나이와 거울에 비친 모습 사이에 간극이 시작된다.

점점 벌어져가고 믿을 수 없다고 외면하거나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마치 영화에서 어느 날 나이 들어 나타난 배우를 마주하고 느끼는 당혹스러움과 놀라움, 시간의 덧없음으로 조용히 우울해지는 그런 상황인 거다.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고, 원하는 모습을 그리던 것처럼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지'도 궁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일률적으로 '고상하고 인자한 노인'이 아닌 정말 내가 투영된 '나의 버전의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약점과 단점들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고, 오히려 농담으로 풍자할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을 지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개성 넘치는 사람이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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