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서 자꾸 사람을 마음대로 뽑아요
[본 글은 원티드 인살롱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 https://hr.wanted.co.kr/insights/surviving-as-a-recruiter-5/]
채용업무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하나는 모집이고 하나는 선발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인재확보싸움이 가속화되면서 모집에 대부분 기업들이 힘을 쏟고 있지만, 전통적인 채용업무 영역인 선발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좋은 사람을 선발해내기 위해서, 채용담당자들은 많은 고민을 하여 각종 전형을 만들어냅니다. 과거에는 비구조화된 일반 면접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대부분 어느 정도 구조화된 면접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조직의 가치관과 직무의 적합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확인하는 면접 질문과 평가문항을 설계하는 것이죠. 구조화된 면접이 다른 면접 도구에 비해 타당성이 높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어있습니다.
[출처 : 대웅제약 뉴스룸, ‘블라인드 채용’ 똑! 소리 나게 준비하기!]
또한 이러한 기준과 프로세스대로 면접이 진행될 수 있도록 면접관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직접 해보니 교육을 받은 분들과 받지 않은 분들은 확연히 차이가 나더군요. (가능하시면 꼭 하시길...) 하지만 너무 바빠서 여유가 나지 않으신 기업들은 최소한의 면접 가이드를 제공하여 최소한의 기본 지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을 열심히 만들어놔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채용이 급한 곳이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 현업의 목소리가 큰 곳들이 이러한 현상이 심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전문직 조직이나 개발자 조직이 있겠네요. 이런 기업들에서는 채용담당자는 면접 장면에서는 오퍼레이션만 진행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현업에서 뽑는다고 하면 기준과 상관없이 그냥 뽑게 되는 것이죠. 아무리 봐도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조직적합도 측면에서 맞지 않아서 뽑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도, 현업부서에게 의견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인사가 업무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사실 직무중심채용이 일반화되면서, 채용에 대한 주도권은 현업에 많이 주고 있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채용을 할 때는 당장의 업무를 메꾸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인 차원에서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 채용담당자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같은 곳은 바 레이저(Bar Raiser)가 있어서 전사적으로 인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인재 Pool이 있지만, 결국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 것도 채용담당자이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아마존의 바 레이저]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다들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지만 실행할 수 있는 몇 가지 Tip을 공유합니다.
- 가장 확실하면서 강력한 방법입니다. 모든 면접에 다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업과 눈높이를 맞춰야 되는 곳이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무조건 같이 참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 장면에서 후보자를 직접 보면 채용담당자도 조직 관점에서 우려되는 포인트들을 더 자세히 체크할 수 있고, 목소리를 조금 더 낼 수 있습니다. 대신 채용담당자가 많이 바빠질 수는 있겠습니다.
- 채용을 할 수 있는 기준과 채용을 해서 안 되는 기준을 사전/사후에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를 체크하기 위해 면접 결과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남기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기준이 미달되는 사람은 뽑으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현업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 채용담당자가 면접에 들어가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긴 합니다.)
- 다소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뭔가 애매한데 판단이 잘 안 서는 인원을 현업에 추천했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경우를 많이들 겪어보셨을 겁니다. 이를 위해 차라리 조금은 타이트하게 이력서를 스크리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업적/직무적 특성을 현업 수준에 가깝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력서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고 필터링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이 어렵다면, 회사 내에서 기존에 채용 시 이슈가 생겼던 이력 유형들을 정리해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작은 Tip이라고 썼지만, 현업 상황에 따라 매우 어려운 실행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항상 채용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업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채용담당자들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