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개인주의란 넓게 보고 함께 가는 것이다
제목을 접했을 땐 한 개인으로서 강한 개성과 독특함 취향을 한껏 드러내는 내용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저자는 “본인은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지도 않으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권위적 위계질서와 패거리문화 등에 염증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상사를 접하며 느낀 개인적 소회를 그저 가슴 속에만 담아두지 않았으며, 오히려 글을 통해 외부에 적극 표현하고 있다. 다음의 본문 인용 구절들은 저자가 다양한 사회 현상을 접하며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이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본문 p23)
“현대의 합리적 개인은 자신의 비합리성까지도 자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개인주의는 각자도생의 이기주의로 전락하여 결국 자신의 이익마저 저해할 뿐이다” (본문 p27)
1부 ‘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에서는 본인의 솔직한 선호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춰 행복을 정의하려 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일상화된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나라는 존재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그에 따라 당당히 표현하고 실천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삶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며 살았던 마왕’ 신해철의 삶을 떠올렸다.
2부 ‘타인의 발견’에서는 나 이외의 수많은 타자의 존재 및 그 타자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법원 조정위원들의 활약, 영화 [카트]의 관람 소감, 필리핀 법관과의 만찬 등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문제에 대한 이성적이고 기계적인 접근보다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원만한 문제 해결에 이르는 경우가 많음을 몸소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법조인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많은 문학과 고전을 탐독해 온 다독가인데, 이런 체험을 통해 세상 모든 문제가 사람에게서 시작되고 끝남을 간접 체험했던 것 같다. 또한 돈과 명예, 사회적 지위를 소유한 일부 인물들보다는 바쁜 삶을 영위하면서도 작지만 끊임없는 균열을 일으키는 보통 사람들의 힘에 주목한다.
3부 ‘세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에서는 이념대립, 사회/경제적 불평등, 종교 갈등으로 인한 폭력, 부패와 비리, 독재 정치 등의 문제로 가득한 세상의 현실부터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모델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를 고민하며 완벽한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강한 책임감, 담대한 상상력, 단단하고 긍정으로 다져진 멘탈, 서로를 챙기고 생각하는 연대 등의 힘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에필로그 마지막 문장은 일개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어떻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인상깊은 방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안전하고 이상적이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역량과 의지가 있는 지혜로운 구성원의 존재가 필수 요건이다. 스포츠 팀에 비유하자면 강팀이 되기 위해선 탁월한 개인기를 갖춘 플레이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고도 성장의 파고를 겪어오면서 집단의 대승적 이익이란 명분 하에 ‘개인기’가 ‘개인플레이’로 치부되고 폄하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기보단 집단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하나의 부품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저자는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나아가 타인의 문제에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건낼 수 있는 탁월한 ‘개인기’를 갖춘 현명한 사회 구성원의 태도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결국 한 개인으로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오롯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에 과하게 집중하기보다는 외부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 및 그와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깊이’를 추구한다고 해서 무작정 본인 앞에 당면한 문제와 상황에 한 우물 파듯 매몰되기보다는 세상사의 다양한 단면을 관찰하고 체험하며 ’넓이’를 동시에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