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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ug 11. 2023

이불을 좋아하는 너

D+121 2023.08.09.

 손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너는 그 어떤 장난감 보다 이불, 손수건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어렸을때 담요를 그렇게 끌어안고 다녔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그냥 이때 일어나는 발달과정인데 내가 감정이입해서 착각하는 것인가 ) 




 바닥에 깔아둔 방수담요부터 덮어준 이불 옆에 손수건 까지 모두 끌어다 얼굴에 감고있어서, 화들짝 놀라서 풀어놓을때도 많고 (혹시나 숨이 막힐까 걱정이 된다) ,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담요를 감고 잘까봐, 허벅지까지만 이불을 덯어주는 요즘이지만, 너의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너무 귀엽고 예쁘다. 

(무슨 이슬람 여성처럼 모든 천들을 둘둘 감고있는 너의 모습은 정말 귀엽단다.) 



 지금은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이불도 잡고, 원하는 장난감도 잡지만 (아직도 못잡는것들도 꽤 있지) , 갓 태어났을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주는 분유만 열심히 먹던 니가 생각난다.  정말 아무것도 못했는데 지금은 옹알이도 하고, 손도 자유롭게 쓰고, 아직은 뒤집지 못하지만 매일 뒤집기 연습을 하는것도 너무 감탄스럽고 기특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태어나서 할 수 있는것은 오로지 먹고 변을 보는것 뿐 (자는것도 힘들어 하는 아이도 있으니!) 태어난 이후 모든것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배워야 하는 이런 존재라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살았겠구나 싶어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담요를 감고있는것도, 자다가 깨서 우는것도, 뒤집기 연습을 하느라 옆으로 눕는것도 모든 순간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고, 나에게 무한의 행복과 기쁨을 준다. 

 언젠가 니가 커서 더이상 엄마를 원하지않고, 내속을 썩이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때 주었던 행복과 기쁨을 기억하며 그 순간을 잘 이겨내길

 언젠가 니가 커서 너의 삶이 힘들고 우울해 질때도, 너의 이 작은 순간 하나하나를 사랑했고, 니덕에 행복했던 엄마를 기억하며 그 순간을 이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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