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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목 Oct 20. 2018

거부할 수 있는 용기

동포의 학살을 거부하다

 나에게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고민해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부하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거부하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거부할 용기가 있었던가. 그렇게 거부한 적이 있었던가.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군인이었다. 상명하복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군인, 그들에게 있어 거부는 항명이고, 항명은 총살이다. 다시 말해 거부하는 일이란 그들에게는 목숨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다.

 1948년 10월 19일. 여수 14연대 1대대의 군인들은 부당한 권력앞에 목숨을 내놓았다. 그것은 소위 권력이 말하는 '반란'이었다. 그들의 거부(항명)는 '동포를 학살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당초 14연대 1대대는 국가로 부터 제주'로 넘어가 4.3사건을 일으킨 주동자들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자신들이 제주로 넘어가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1대대 군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은 군인들이 대부분이었으리라...

 그들은 반역자가 되었다. 포박을 당하고 고문을 당했으며 죽임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반역' 그보다 더 무서운 '빨갱이' 라는 낙인을 찍인체 그들은 물론 처자식과 후손들까지 피해를 받아야 했다. 그 피해의 후손들은 지금까지 회복되지도 보상받지도 못한체 여전히 쉬쉬거리며 파묻어버리려는 권력앞에서 치를 떨고 있다.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군인으로써 마땅하고 지당한 거부였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부하고 싶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거부가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되고 있을까. 그것은 요즘 우리에게 닥친 수없이 많은 문제들, 성평등문제와 매우 연관이 깊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과도 매우 연관이 깊다. 부모와 자식, 사장과 직원, 정치인과 국민과도 매우 연관이 깊다. 이 말은 거부하고 싶은 것들이, 일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거부하라. 네가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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