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일상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고 난 후부터인가 중요한 농사일을 앞두고는 꼭 악몽을 꾼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악몽을 꾼다. 첫 번째 악몽은 못자리를 앞둔 날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못자리를 앞두고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하고 날짜에 맞춰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번 주 토요일 아침 일곱시...올해는 미리미리 준비해서 작년보다 더 빨리 끝내야지...' 그렇게 꿈 속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고 금요일 저녁이었다. 내일이면 못자리를 하는 날이다. 그때 형이 와서 묻는다. "올해는 볍씨 얼마나 부을 거지?" 아뿔싸...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아마 진짜 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못자리 하는 날만 계획하고 볍씨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두 번째 악몽은 못자리를 다 하고 싹 틔우기를 마치고 난 후였다. 내일 사람들이 와서 하우스 바닥에 모판을 가지런히 놓을 것이다. 이번 악몽의 발단은 내가 어제 코로나 확진을 받은 사람과 밀접 접촉자라는 사실이다.
꿈속에서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가족들과 지인들과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디론가 관광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한 사람이 오더니 자가 진단키트를 건내면서 모두 코로나 자가 검사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한 명 두 명 콧속을 후비벼 검사를 했고 다행이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내 차례가 되어 코를 후비고 봤더니 두 줄이 선명하게 찍히는 것이다. 그 짧은 사이에, 많은 사람들과 관광하던 그 분위기 속에서 내 머릿속은 온통 내일 모판깔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황급히 자가키트를 숨겼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있었다. 마음 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내일 모판을 하우스에 깔지 못하면 모판은 다 망가져 버릴 것이어서 온 갖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두겹쓰고 트랙터에 올라가서 모판 나르는 것만 해야지...점심도 따로 먹어야지...' 또 다시 형이 다가와 묻는다. "확진이야?" "응...그냥 말 안해도 되겠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장면이 바뀌면서 다음 날 아침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왠지 찝찝해서 앞으로 해야 일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곤 한다.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 중순부터 농사가 끝나는 11월까지 얼마나 많은 악몽을 꿔야 할까. 한편으로는 그만큼 노력하고 있고 그만큼 신경을 쓰니깐 올해 농사도 잘 되겠지 하고 위로를 한다.
"미래의 악몽들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