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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시우 Oct 01. 2018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손해배상 인정범위

이행 시의 이익을 따져봐야 배상도 가능

분양대행계약상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지출비용)의 손해배상 인정범위 


이번 이야기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법리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이다.

통상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을 이행이익의 손해라고 볼 수 있다.

이행이익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 즉 지출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대법원은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15다 235766 손해배상청구의 소

서울고등법원 2014나 2042286 판결


당사자관계 


주식회사 다옴은 부동산건설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취급하는 시행사로 2012년 12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시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이 발생한 토지에 총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6개월 동안 분양대행사에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은 주택분양시장에서 분양대행업무를 주로 하는 분양대행사로서 주식회사 다옴과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340세대 규모의 아파트에 관한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았다. 


“자 이로서 주식회사 다옴과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은 한 배를 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멋지게 분양해 봅시다.” 


사실관계 


주식회사 다옴과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이 상호 작성한 분양대행계약서에는 주식회사 다옴의 홍길동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서 기재되어 있고 홍길동의 별도 날인 없이 홍길동이 대표이사로서 주식회사 다옴의 분양대행수수료 지급채무를 연대보증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주식회사 다옴은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에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에 관한 업무를 위임하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세대당 분양대행수수료를 600만 원,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이 달성해야 하는 조합원 모집비율(책임분양률)을 최소 80%, 최대 95%로 정하되, ② 조합원 170세대(전체 340세대 중 50%)를 모집한 때부터 위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분양대행계약서에서 정한 분양대행기간의 만료일이 도래하자 주식회사 다옴은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에 대해 실적저조를 이유로 분양대행계약의 해지통보를 하게 된다. 


“아니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해지통보라니요? 우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분양업무를 진행했는지 아시잖아요?”

“실적이 너무 저조해서 저희로서도 하는 수 없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분양대행업무를 진행하며 들어간 비용도 지급해 주셔야 겠습니다.”

“아니 뭐요?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요. 그건 그쪽 회사에서 처리할 문제 아닙니까?”

“그럼 할 수 없이 법원에 청구를 하겠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보지요.”


△ 분양대행계약서 양식의 일부


쟁점사항

 

당연히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될 것을 예상했던 채널인프라인은 생각과 달리 계약해지를 통보 받음으로 업무가 진행됨으로 인해 발생한 지출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이거 난감하네. 우리 회사에서 영업을 위해 투자한 비용이 얼마인데 이거 배보다 배꼽이군...” 

결국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은 시행사인 다옴을 상대로 자신의 회사에서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회사에서 계약이행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행이익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 분양대행사인 주식회사 채널인프라인의 주장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은 계약기간이 도래했을 당시 실적저조를 이유로 갱신을 하지 않는 처사는 갑을관계의 우월한 지위를 가진 갑의 일방적인 횡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신의 회사는 영업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그 비용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위한 포석이었음을 주장하며, 단기적으로 계약이 해지된 만큼 그 비용은 시행사인 주식회사 다옴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단기로 계약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 갑의 횡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계약해지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분양대행업무의 오랜 관례로 보았을 때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이 지출되는 면도 분명히 있으나 그런 상황들을 외면하고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 시행사인 주식회사 다옴의 주장


시행사인 주식회사 다옴은 분양업무의 특성상 단기에 분양을 마쳐야만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고 더 나아가 분양대금으로 수령한 금원으로 다른 외형적부분이나 내부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반론한다.

특히 계약기간을 단기 6개월로 명기해 놓은 것은 상호 그러한 인식을 같이하고 상호 간 특약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이며, 계약 전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분양업무의 특성이나 관례가 있다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분양대행업무는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계약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널인프라인이 모든 손해부분에 대해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적자치는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겠어요? 관행이나 관례는 어디까지나 그러한 것도 있었다는 표현일 뿐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왜 손해를 우리가 감수해야 합니까? 분양을 열심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법원의 판단 


-서울 고등법원의 판단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이 주장한 이행이익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였다면 자신들이 최대 책임분양률 95%를 달성할 수 있었음을 전제로 산정되었기 때문에 채널인프라인이 주장하는 분양대행수수료 19억 3,800만 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채널인프라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된 무렵까지 불과 74세대만을 정식 조합원으로 모집하고, 그 후 2013. 9. 23.경까지 계속하여 조합원을 모집하였는데도 총 117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②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등의 사정이 없이 채널인프라인이 위 2013. 9. 23. 이후 상당한 기간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분양대행수수료의 청구기준인 170세대의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었고, 95%의 책임분양률(323세대)에 해당하는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서 정한 분양대행기간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에도 대행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시행사인 다옴의 2013. 7. 2.자 해지통지는 분양대행계약에 대해 적법한 해지통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시행사인 다옴이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채널인프라인이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따라 조합원 모집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출한 전단광고비 등 합계 412,113,425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서 정한 분양대행기간의 만료일인 2013. 6. 30. 이후에도 대행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적법하였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범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채권자는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고 채권자는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출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 그 증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되는데, 이 경우에도 채권자가 입은 손해, 즉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대법원의 다른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였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 2539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2 다101695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 5911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채권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는 당연히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과 달리 채널인프라인이 이 사건 분양대행계약에 따라 조합원 모집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출한 전단광고비 등 합계 412,113,425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는 없다고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분양대행사인 채널인프라인이 상당한 기간 조합원을 정상적으로 모집 하였더라도 계약상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인 170세대를 모집할 수 없었다면, 채널인프라인으로서는 시행사인 다옴에 분양대행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채널인프라인이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이행이익의 손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지출비용의 손해에 관한 판단은 이행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확고하다.

주택조합원 모집업무를 위탁하는 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 한하여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분양률이 저조하여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분양대행수수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면 그에 따른 지출비용의 배상도 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결국 비단 분양시장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적인 부동산거래에 있어서도 이행이익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의 지출이 있어도 이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뢰이익이란?
무효인 계약을 유효라고 믿었기 때문에 입은 손해를 말하며, 소극적 계약이익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계약체결비나 이행준비비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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