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순수함 그리고 기특함

by 호인

#1


흙에서 뛰어놀던 세대다. 하지만 아이스께끼 세대는 아니다. 그 중간에 껴있는 90년대생이다. IMF를 아예 모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확실하게 알고 있던 세대도 아니다. 친구들을 부르고 싶을때는 친구집에 전화를 걸어 친구 어머니가 받으시면 "000있나요?" 했고, 전화 안받으면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곤 했다. 요즘에는 참 간편하다. 핸드폰으로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으니. 경찰과 도둑이라고 해서 사람과 사람을 잡는 얼음땡 같은 놀이, 줄팽이, 학종이 따기, 엄청난 놀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딱지치기 까지.


#2


경찰과 도둑은 말그대로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게임이다. 주로 가위바위보 진사람이 경찰을 하고 이긴사람이 도둑을 한다. '런닝맨'이 얼음땡과 숨바꼭질, 경찰과 도둑을 퓨전한 느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규칙은 집에 가지 않는것. 근데 도둑할 때 심심찮게 집에 자주 갔다. 처음부터 간건 아니고, 경찰이 너무 못찾으니 집에 갔을거다.


#3


수많은 딱지들은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버리게 된다. 문방구에서 하나씩 사고, 좋은 딱지는 잘 내놓지 않으며, 강한 딱지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밟으며, 어떤건 물도 먹여 땅에 완전밀착하게 만든다. 하지만 본게임시 그런딱지는 반칙이라 소장용일 뿐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어도 하루하루 즐거웠다.


#4


집안이 넉넉치 않았다. 집안사정으로 초등학교를 몇일 등교 못하는 날에 할머니 댁에 있었다. 그때가 아니고는 개근상 넘버원이다. 어릴적에도 학교 늦게 가는 꿈을 꾸는게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일어난 적이 있을 만큼 지각을 싫어했고 학교를 좋아했다. 할머니 댁에서 내가 갖고 있는 거라곤 춥파춥스 큰 한통. 그 안에 사탕이 있는게 아니라 그 와중에 딱지는 잘쳐서 딱지가 쌓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딱지를 쳐서 이기면 상대방 딱지를 내가 갖는것인데, 선생님들이 학종이나 딱지치기를 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다. 어린 판치기 느낌이였던 것일까.


#5


할머니 댁에서 몇일을 지내니 어린 마음에도 뭔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춥파춥스 통에 있는 딱지들을 보고있다가 떠올랐다. 딱지 중에 희귀한 딱지들도 많아서 그걸 갖고 문방구로 간다면 내 동네가 아니더라도 딱지를 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고, 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가보니 다들 학교를 가서 헛걸음 했고 오후에 가보니 또래 친구들이 딱지를 치고 있었다.


#6


처음보는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딱지를 청산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춥파춥스에 있는 딱지들을 헐값에 팔았다. 집에 돌아오니 몇천원과 동전이 있었고, 춥파춥스 통은 가벼웠다. 할머니께 드리니 놀라셨고,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때 당시의 감정은 나도 뭔가 해드릴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일찍 돈의 구조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움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으로 알게 되는 것이라 짠하기도 했나보다.


#7


여전히 딱지를 보면 재밌게 했던 기억들이 지나가다가 마지막은 헐값에 팔았던 기억보다는 내 손에 쥐어져있던 몇 푼에 돈이 떠오르고, 할머니가 놀란 기억이 남는다. 어린 마음에 나라도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기특함이, 다 큰 나에게도 나도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어릴적 학교 앞 달고나 처럼 인생은 지금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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