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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un 21. 2022

어머니의 간식 보따리

아파트 노인정에 어머니를 보내며

지방선거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가 민원인들과 분노의 통화질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는 동안, 다행히 저희 부모님은 착실히 새로 이사한 곳에서 두 분이 살아가시는 루틴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그중에 가장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허리 수술을 다시 받으신 저희 어머니의 몸 컨디션이 많이 괜찮아지셔서 이제 조금씩이나마 집 앞에 마실을 다니실 수 있게 되신 겁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몇백 미터 정도의 구간을 걸어서 오시는 거긴 하지만, 거의 반년여를 집안에만 계시던 어머니가 스스로 바깥에 나가실 수 있게 됐다니…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대전으로 오길 잘했구나 하는 걸 가장 절감한 일이기도 합니다 :)


그러다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되며, 2년 동안 폐쇄되어있던 아파트 노인정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수다를 떨 지인이 있으면 어머니의 정신건강에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아버지께 부탁드려 당장 두 분 모두 노인정에 회원으로 등록을 하시게 했어요.


그렇게 어머니가 노인정 회원이 되신 후 2주일. 이제 어머니는 매일 점심식사를 하시고 나시면 단장을 시작하십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노인정에서 어르신들끼리 화투를 치신대요ㅎ. 치열하게 돈을 따기 위해 열리는 노름판이 아니라 치매예방 차원에서 점당 10원짜리 화투를 치시는 건데요, 그마저도 게임이 끝나면 판돈을 모두 모아서 다시 처음 가지고 온 금액대로 서로 돌려주고 판을 마무리하는 그런 ‘건강한  놀이판’인 겁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이렇게 친구들하고 화투를 치시는 게 거의 이십여년 만의 일인 데다가, 여러 명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는 경험도 엄청 오랜만이시라, 이 오후의 3시간이 마냥 기다려지시나 봅니다. 본인 입으로도 인정을 하시는 거지만, 거기서 놀고 있을 때에는 허리도 안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지 않으시대요 ^^”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마냥 보기 좋다가도, 저는 가끔 걱정이 되곤 합니다. 어르신들이 텃세를 부리지는 않는지, 어머니와 친하게 지낼만한 지인은 있으신지… 제가 생각하는 저희 어머니는 성격도 좋고, 말재간도 있어서 어디 가든 사랑받을 분이지만… 또 모를 일이니까요. 괜히 불안 하달 까요ㅋ


하여 왠지 요즘은 어머니가 노인정에 가져가실 만한 주전부리들을 조금씩 집에 사다 두게 됩니다.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뭔가 먹거리라도 가져가면 조금이라도 저희 어머니를  봐주시지 않으실까 싶어서요. 마시는 요구르트나, 두유 같은 음료부터 수박 같은 과일이나 과자들 집에 사다 두면, 어머니도 말씀으로는 ‘ 쓰지 말라 하시지만,  가져가시는  하여, 일주일에 한두  정도는 만원 정도 내외의 간식거리를 사다 두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표현을 빌자면, 어머니가 가끔  판을 휩쓰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는데, 부디 노인정 어르신들이 저희 어머니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안착(?)하실 때까지 제가 주전부리는 떨어지지 않게 열심히 제가 갖다 바칠게요 어머니 파이팅(???)이에요 ^^”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먹으라고 과자를 싸주시는 부모님 마음이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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