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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n 15. 2024

돈보다 네가 더 중요해

아무 데도 가지 않을게 네가 있는 동안

오늘 나는 우리 아이와 동물 병원에 다녀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흐린 날씨…


저번주에 숨이 차서 이미 병원에 또 갔었다.

이뇨제를 올렸고,

오늘 선생님을 만나고 심장약도 용량을 늘렸다.

혈압을 재고, 혈압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아이가 잠을 자면서도 숨이 차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어제가 11살이 된 나이인데

벌써 무리가 온다.

언니를 보내고 혼자 사는 삶이 버거운가 보다.

혼자 남은 강아지가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의 케이스를 말하는 것 겉아 슬펐다.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나지만

모든 과정이 슬프다.

코가 시큼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진다.

세번째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호주에서  첫번째 아이는 12년전에

두번째 보낸 아이는 작년초에

그리고 남은 이 아이.


진료를 마치고 선생님께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하고 여쭈었다.

많이 가까워졌다고 하셨다.

‘많이 가까워졌다고...’

1-2년은 더 살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어제 생일이었고, 이제 11살이 되었다.

그래도 13살 14살을 생각했다.


생일인 어제 나와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산책도, IKEA도 슈퍼마켓도 유모차 안에 넣고 다니면 다 아기인 줄 아니까

어제는 왠지 그러고 싶었다.

어디든지 함께 가고 싶어졌었다.


아이는 유모차 안에 가만히 엎드려 밖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나와 함께 했다.


다시 마지막 아이를 두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될지 몰랐다.

작년 초에 평생을 같이한 아이를 보내면서 기록을 했었다. 작년보다 상황은 덜 나쁘다.

아직은 아이가 잘 먹고 잘잔다.

아직은 시간이 있고,

나는 아직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확보하자 맘을 먹었다.


나는 바로 어제까지 새로운 집을 보고

그 집을 사겠다고

변호사와 연락을 했었다.

내 늦은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좀 더 노력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오늘 동물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기로 결정을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아이가 새로운 집으로 옮기면

낯선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일찍 떠날 수도 있으니까...

반려견을 오래 키우며 경험을 쌓아온 동생과

상의를 하고 이사를 가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잘 지내다 가도록

익숙한 공간에서 살다가 편안하게 가기를

언니의 채취가 있는 이집에서 떠나기를…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바타임도 외출도

잘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가 데려와 내가 키운 아이

끝까지 책임지고 행복하게 살다 보내주는 일

이게 반겨견의 주인으로서 내가 할 일 아닌가...


내가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일

그게 인간으로서 생을 함께한 반려견을 힘껏

책임을 지는 일이다.

따스하게 목욕을 시켜서

정성스레 말려주고

밥과 약을 먹여주니

바로 옆에서 잠이 들었다.

숨소리를 세고 있다.

수의사 선생님이 체크하라고 하시니까

오늘밤은 다행히 42 회 정도이다.


오늘밤은 모든 것이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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