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고 끊어버린 전화를 걸어본 적 있나요?
Good bye 하며 말없이 떠나가버린
고운 님의 모습이
날마다 아침 햇살 속에 서있는 건
내 마음속에 그리움인가요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걸지만
저 멀리 그대 음성
인사도 다른 어떤 말도 못 하고서
그대 먼저 끊기만 기다려요
어떤 날은 잠에서 깨어난
졸린 목소리로
지나간 날들 모두 잊은 듯
내 마음 슬프게만 하네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걸지만
저 멀리 그대 음성
인사도 다른 어떤 말도 못 하고서
그대 먼저 끊기만 기다려요
어떤 날은 잠에서 깨어난
졸린 목소리로
지나간 날들 모두 잊은 듯
내 마음 슬프게만 하네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걸지만
저 멀리 그대 음성
인사도 다른 어떤 말도 못 하고서
그대 먼저 끊기만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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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문세의 4집에 실려있는 너무나 멋진 노래 ‘굿바이’이다.
제목이 평범한 것이 반전인데. 평범하고 트렌디해 보이는 제목 대비 노랫말은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전화만 하는 안쓰러운 한 남자의 이별 이야기를 아주 압축적으로, 그리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제목이 왜 ‘굿바이’일까. 이 제목은 역설이다. 그는 전혀 그 사람을 보내지 못했다. 굿바이를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였네.
각자 휴대폰이 있고 전화가 오면 번호가 다 뜨는 요즘 세상에서 연애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할지도 모르는 가사인데,
집전화가 유일한 음성 연락수단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전화를 해놓고 끊는 소위 ‘장난전화’의 일종인 전화도 가끔 걸려왔다. 요새는 장난전화 잘못하면 철컹철컹 잡혀가는 시대이지만.. 그때는 노란색 벽돌 두께의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걸리는 번호로 전화를 걸고 그냥 끊는 그런 장난전화도 가끔 치던 시절이다.
물론 헤어진 연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무작정 그리운 목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던 시절이었다.
노랫말의 주인공은 헤어진 연인의 목소리라도 들어보고 싶어서 가끔 그 사람의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사도 다른 어떤 말도 못 하고.’ 스스로 먼저 끊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다가 끊기만을 기다린다.
‘저기, 나야. 잘 지내?’라고 말할 용기도 없지만 차마 먼저 끊을 수도 없다.
유선전화 시절에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요즘처럼 SNS가 있어서 헤어진 연인이 무엇을 하는지 종종 훔쳐볼 수도 없던 시절에 너무나 그리우면 이렇게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전화라도 해야만 했다.
노랫말의 주인공은 대답 없는 전화가 자기로부터 온 것임을 연인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성의 없이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가 봐..’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노랫말의 주인공은 아주 소심하고 내성적이면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의 소유자인가 보다..^^
가사를 그냥 읽어보면 감흥이 좀 떨어진다.
여기에 멋진 작곡을 붙여서 이문세가 무심히 내뱉듯 불러주면 흑백 같았던 가사에 비로소 색깔이 돌고 생기가 난다.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사와 작곡.
예술가 이영훈은 몹시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은 작가의 경험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영훈은 어떤 사랑경험을 한 사람일까
이영훈에게는 대단한 러브스토리가 있지 않았을수도있다. 다만 그가 경험한 순간의 감정을 이렇게 동결시켜 생생하게,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진짜 대단하다. 이 감수성과 작사 능력. 존경 스럽다.
역시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다.
요즘 옛날 노래 파먹기 중인데 이런 보물들을 찾을 때마다 몹시 반갑고 흥분된다.
배철수가 음악캠프에서 좋은 노래는 한 번에 너무 여러 번 듣지 말고 아껴들으라고 했다. 한 번에 너무 여러 번 들으면 질린다고.. 좋은 노래일수록 아껴 들으라고.
나도 오늘 세 번만 더 들어야지…